와각을 위하여/김도향 지음/시와 소금 펴냄
군위 출신 김도향 시인이 펴낸 첫 시집이다. '와각'(蝸角)은 달팽이 뿔이라는 뜻으로 본래 의미는 '세상일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듯 보잘것없는 다툼'이라는 뜻이다.
시들은 대부분 자연과 눈을 맞추고 있는 서정적 자아로 형상화되고, 주관화된 내면의 공조는 모두 불교의 평등적 세계관으로 귀결된다. 서범석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친불성(親佛性)은 모든 텍스트를 끌어안는 벼리(綱)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그의 시세계는 누에에서, '금강경' 바위에서, '보리달마' 수국에서, '만월보살' 파리지옥에서 '무간지옥'을 유추해 내며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있다.
특히 '자서'(自序)에서 '보리수나무 아래 개미 떼 한식경 놀다간다/ 어슬렁어슬렁 곰 한 마리 한나절 앉았다 간다…(중략) 나는 한 백 년쯤 앉아있다 보면 마애불 될까'로 적을 정도로 장(章)마다 불심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시 '마지막 주유소'는 이 책의 모든 주제를 압축하고 있다. 목적지가 정해졌다면 기름을 넣을지 말지 고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수도자의 고민은 마지막 주유소에서 극대화된다. 사바의 길을 주행(走行)하는 수도자들의 번뇌는 어디쯤에서 끝날까. 이 책이 던지는 최종 화두다. 139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