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폭설 대란] 3호선 궤도빔 얼어붙어 도시철 40여분 운행 중단

입력 2018-03-09 00:05:00

수성구 범물~용지역 선로, 승객 20여명 갇혀 당혹…출근길 20만명 몰린 도시철 개통 이후 최다 이용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동대구역 버스중앙차로 승강장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ent.co.kr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동대구역 버스중앙차로 승강장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ent.co.kr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도시철도3호선 전동차가 오르막 구간인 용지역으로 진입하다 멈춰 서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도시철도3호선 전동차가 오르막 구간인 용지역으로 진입하다 멈춰 서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난데없는 3월 폭설로 대구 전역이 마비되는 대란이 벌어졌다. 도심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랐고, 도롯가에는 운전을 포기한 시민들이 버려둔 차들이 줄을 이었다. 도시철도는 폭증한 승객들과 폭설로 한때 운행을 멈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전통시장 비가림 천막과 가로등, 공공게시판이 무너지는 등 재산 피해도 이어졌다.

◆극심한 교통 정체로 발 묶인 시민들

7일 밤에 내리던 비가 8일 새벽부터 눈으로 바뀌면서 도심 도로가 눈으로 뒤덮였다. 이 때문에 8일 오전 신천대로와 앞산순환도로, 달구벌대로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특히 주요 간선도로와 이어진 이면도로는 제설 작업이 늦어지면서 아예 통행이 막혀 출근길 시민들이 곤욕을 치렀다.

대구시는 이날 오전 7시 대설주의보를 발령하고 도로 11곳의 교통을 통제했다. 도심 전역에서는 교통사고가 폭증했다. 오전 8시 20분쯤 달서구 두류동 반고개역 인근에서 승용차가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추돌했다. 오전 9시쯤에는 대구의료원 인근에서 차로를 바꾸던 화물차가 뒤따르던 현금수송차량과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현금수송차량에 타고 있던 보안업체 직원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9시 30분쯤에는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삼거리에서 수성나들목 방면으로 달리던 대형 트레일러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3개 차로에 걸친 채 멈춰 서 2시간 동안 교통이 통제됐다.

직장인들의 지각 사태도 잇따랐다. 직장인 임모(31) 씨는 "오전 8시쯤 중구에서 출발해 도시철도 성서산업단지역까지 가는데 2시간 10분이나 걸렸다"고 했다. 아예 차를 놔두고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직장인 황모(39) 씨는 "이면도로에서 차가 계속 미끄러지는 바람에 아예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걸어서 출근했다"고 푸념했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보험사의 긴급출동 신고도 급증했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대구에서 접수한 긴급출동 사례는 246건으로, 지난달 평일 하루 평균 출동건수인 169건보다 45.6%나 늘었다. DB손해보험이 접수한 대구 대물신고도 평소보다 45%(평균 120건)나 많은 430건에 달했다.

◆폭설에 멈춰선 도시철 3호선

눈길을 피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한 시민들도 애를 먹었다. 시내버스 운행이 1시간 이상 늦어지는 사례가 속출했고, 눈 폭탄을 맞은 도시철도 3호선은 아예 멈춰 서기도 했다.

특히 이날 대구시내 대중교통은 늘어난 이용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도시철도 이용객은 20만3천31명으로 전날인 7일 이용객 수(12만4천646명)보다 62.9%나 폭증했다. 이날 하루 도시철도 이용객은 60만명을 돌파해 개통 이후 20년 만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이용객 증가에 대비해 3호선 열차를 8회 증편하는 등 임시열차 총 24회를 투입했다.

그러나 운행 간격은 좁아진 데 비해 이용객은 폭증하면서 뒤따르던 열차가 앞 열차 승객의 승하차를 기다리느라 운행 도중 멈춰서는 일이 잦았다. 오전 8시쯤 신남역에서는 열차 무게가 제한 하중인 11t을 넘기면서 자동으로 운행이 멈추기도 했다. 오전 10시까지 도시철도 3호선 이용객은 3만3천197명으로 전날 이용객 2만886명보다 58.9%나 폭증했다.

눈길 대비도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다. 오전 11시 15분쯤 수성구 범물역에서 용지역으로 가던 열차가 선로 한가운데 멈추면서 승객 20여 명이 40여 분간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낮 12시 50분쯤에도 지산역에서 범물역으로 달리던 열차도 멈춰 섰다. 이에 따라 도시철도공사가 열차 긴급 점검을 진행하면서 오후 3시 15분까지 양방향 운행이 모두 중단되기도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오르막 궤도 빔이 얼어붙으면서 열차가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후속 열차로 빼내려 했지만 여의치 못해 범물역으로 되돌아간 뒤 제설제를 뿌려 다시 움직였다"면서 "3호선 열차에 염수를 분사하는 스프링클러 장치를 추가하는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내버스 운행도 곳곳에서 차질을 빚었다. 운행 예정 시각보다 1시간 이상 늦는 경우가 속출했고, 일부 노선은 '290분 후에 도착'이라는 웃지 못할 안내가 나오기도 했다. 동구 신암동 경북대 정문에서 복현네거리 방면으로 운행하던 937번과 503번 버스는 빙판길 사고를 우려해 1시간 이상 정차했다. 일부 시민은 "폭설 때 버스를 타려면 비행기 타듯 5시간 전에 체크인을 해야 한다"며 자조 섞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대구를 오가는 항공편도 줄줄이 결항했다. 이날 오전 6시 20분 제주행 항공기 등 6편이 결항했고, 오전 7시 55분 홍콩행 비행기는 지연 운항됐다. 중국 하이난에서 대구로 향하던 항공기 2편은 회항했다. 항공기 운항은 오전 9시 55분부터 정상화됐다.

◆시설'가로수 파손 잇따라

잔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시설물이 무너지거나 가로수가 넘어지는 사고도 잇따랐다. 쌓인 눈에 물과 섞인 진눈깨비가 더 내리면서 무게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대구 중구 방천시장 입구 천막 지붕 2곳이 무너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상점 출입구가 부서지는 등의 피해가 났다. 앞서 오전 7시 53분쯤 중구 번개시장에서도 시장 상가에 설치한 그늘막이 내려앉아 소방대원들이 임시 지지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달서구 신당동 한 화장품 매장에서는 출입구 위 그늘막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졌고, 수성구 두산동 한 골프연습장도 그물망 위에 눈이 쌓이면서 지탱하던 철골구조물이 부러지고 그물망이 내려앉았다. 달서구 두류공원 앞 공공게시판도 눈에 묻혀 쓰러지기도 했다. 앞서 오전 7시 50분쯤 달성군 다사읍 문양리에서 가로수 한 그루가 눈의 무게에 눌려 기울어지면서 고압선에 걸치기도 했다. 달서구청 뒤편 공원 가로수 2그루도 줄기가 부러져 한동안 통행에 불편을 끼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강설에 대비해 오전 3시 50분부터 비상근무를 시작했으며 오전 5시 30분부터 공무원, 자율방재단원 등 인력 3천669명과 살포기 등 제설장비 230대를 투입해 주요도로 제설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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