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여성 인권을 향한 시선이 재조명되기 시작한 요즘, 현재의 흐름을 비판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간혹 피해자의 고백을 두고 주목받기 위해서, 어떤 이익을 바라고 저러는 것이라는 낭설이 퍼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칼날을 목에 대는 행위와 진배 없다. 피해자들의 말은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지녀야 하고, 그것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여성인권운동은 비단 문화예술계에서만 퍼지지 않았다. 그것은 정치계로 번져 유력 대권주자로 꼽혔던 한 정치인의 민낯도 드러나게 되었다. 물론 모든 사안은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행위를 최초로 고백한 피해자에게 관심을 가지려 한다.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이들은 자신의 수치심을 안은 채 세상과 대면한다. 굳이 들추어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에 당당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당한 과거의 시간이 현재의 승승장구하는 소수 기득권자들의 행보를 보며 치를 떨고, 불안에 휩싸이고, 삶에 희망을 잃어가게 된다는 점에 있다. 마침 시의에 맞닿아 시작된 미투라는 인권운동은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 현재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다시 찾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 내에서 오가는 말은 이러하다. "그래도 예술가들이기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 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예술은 평등과 사랑을 지향하는 세계이며 소수의 그늘을 들추어 그들을 양지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행위라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소수의 예술가들이 폭력적이며 추잡한 행위를 권력으로 일삼았냐 반문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것은 예술가라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연극인이기 이전에 이 사회를 더불어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소수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시민사회 구성원다운 행동일 것이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사지에 내몰릴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자기-존재다. 특히 정치라는 수단으로 사회지도층의 반열에 오르는 이들은 부보다는 명예를 위해서 그 자리를 좇는다. 플라톤이 주장한, 투표를 하는 이유는 가장 깨끗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덜 더러운 사람을 뽑기 위해서라는 말. 우리는 이 말을 상기시켜야 한다. 사회 부조리를 명예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는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이 온당한 자기권리를 실현하길 원한다면 건설적이며 이상적인 무언가를 제시하기 이전에 개인의 도덕성과 신념, 청렴도와 같은 기본적 태도와 기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면 좋겠다. 이번 미투 운동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의의는 어쩌면 많음,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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