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 '미투'는 진행 중

입력 2018-03-09 00:05:00 수정 2018-10-12 17:53:09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유명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첫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자 또 다른 피해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로전을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통신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상륙하자마자 급속도로 번졌다. 현직 검사 서지현 씨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를 시작으로 이윤택 연극연출가, 고은 시인, 오태석 극작가,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영화배우 등 한 달여 사이에 지목된 가해자는 수십 명으로 늘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은 정국 풍향계를 뒤흔들 정도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법 당국은 피해자들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의 사건은 고소 없이도 수사할 계획이다. 분야별 신고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세상의 눈과 귀가 '미투 운동' 이슈에 쏠렸고, 내일은 또 누가 걸릴지 막장 드라마처럼 기다려진다. 후속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추가 가해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란 전제 때문이다. 실제로 '다음 타자는 누구누구'라는 지라시까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정치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현재 비서진들의 성추문 사건이 드러나고 있으나, 일부 여비서들의 국회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 따르면 가해자는 국회의원급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 내 성추문 의혹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근무하던 청소용역부 전원을 교체한 적이 있다. "어느 방에서 정액이 들어 있는 콘X(남성용 피임기구)이 발견됐다" "사무실 휴지통에 여성 스타킹과 속옷이 자주 나온다"는 말들을 미화원들이 여과 없이 하고 다녀 일부 의원들의 요구로 교체됐다는 것이다. 한 보좌관은 심야에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유부녀를 의원회관으로 데려와 정을 나누고 잠들다 상급 보좌관에게 들킨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성추문 근절 문제와 관련해 체계도 없고 전문상담원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관련 대책에 대한 예산도 없어 부랴부랴 발표한 대책이 제대로 가동될지도 의문이다. 미투 폭로가 이어질 곳은 많은데 사전 대응책은 미진해 막장 드라마 같은 속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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