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성 격차 118위…출산율 1.05명

입력 2018-03-08 00:05:01 수정 2018-05-26 22:18:58

늦장가 간 생질의 첫 아이가 태어났다. 집안 축복이다. 아빠, 엄마가 된 생질 부부의 기쁨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닥쳤다. '애는 누가 키우나?' 생질 부부는 고향을 떠나 맞벌이를 한다. 그것도 서울과 전북 익산에서 떨어져 사는 주말부부다. 육아휴직은 언감생심. 젖먹이를 남의 손에 맡기려니, 미덥지 않다. 비용도 많이 든다. 답은 정해져 있다. 황혼 육아! 환갑이 훌쩍 넘은 누나 부부가 아기를 맡게 됐다. 누나 부부 역시 집에서 노는 사람들이 아니다. 구미에서 하우스 농사로 바쁘다. 집안 길흉사에도 눈도장만 찍고 일터로 돌아갈 정도다. 누나의 처지가 딱하고, 생질 부부의 형편이 안쓰럽다.

아기는 축복인데, 육아 현실은 냉혹하다. 이 때문에 젊은 부부들은 출산을 주저한다. 지난주 이런 현실을 충격적인 숫자로 접했다. 통계청은 2017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지표)은 1.05명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저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평균(1.68명'2015년 기준)을 크게 밑돈다. 또 기존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혼인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미혼자는 2008년 10명 중 5.6명이었다. 그러나 2016년엔 3.8명으로 줄었다. 혼인 건수는 ▷2015년 30만2천800건 ▷2016년 28만1천600건 ▷2017년 26만4천500건으로 감소세다.

정부는 2006년부터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했다. 10년 넘게 120조원을 투입했다.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보육비를 지원하고, 출산장려금 더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고? 젊은이들은 고개를 젓는다. 취업난, 경기 불황, 엄청난 양육비(자녀 1인당 대학 졸업 때까지 양육 비용 3억9천700만원이라는 추계도 있음), 경력 단절, 독박 육아, 치솟는 집값….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출산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일과 양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사회로는 인구절벽을 피할 수 없다. 직장과 가정에서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불이익은 최소화돼야 한다. 성 평등 사회로 진입해 여성고용률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반등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유럽 국가 중에는 그런 사례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OECD 회원국 중 출산율 꼴찌인 한국의 남녀 격차는? 세계 144개국 중 118위다. 아프리카의 튀니지와 감비아 사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년 세계 성 격차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0.650점.(성 격차 지수가 1이면 완전 평등이다) 특히 경제 참여'기회 부문은 121위다. 남녀 간 임금 격차도 여전히 크다. 유사 업무 임금평등 항목에서 121위, 추정근로소득 수준을 보면 여성(2만2천90달러)은 남성(4만9천386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생 시 남녀 성비 불균형은 132위로 최하위권이다. 양성평등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아이슬란드(0.878), 노르웨이(0.830), 핀란드(0.823) 등이다. 이들은 출산율을 반등시킨 대표적인 국가다.

다행히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출산과 양육에 큰 부담이 되는 주거'교육 등 분야에 대해 생애주기 관점에서 지원안을 마련할 계획이란다.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국가 주도로 출산을 장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 가족의 삶을 존중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간이 걸려도 미래를 보장하는 정책을 내놓기를 희망한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이 행복해야 출산율이 높아진다. 110년 전 '여성에게 빵(생존권)과 장미(존엄권)'를 외쳤던 그날의 외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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