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장비로 가상화폐 채굴, 대구시 출자기관 DIP의 일탈

입력 2018-03-07 00:05:00

교육 시설로 쓰라고 혈세 들여 컴퓨터를 설치해 놨더니 이를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무단 사용한 대구시 출자기관 직원이 적발됐다. 가상화폐 투기 신드롬 속에서 빚어진 웃지 못할 일탈인데, 수개월간 이어진 이 같은 행각을 대구시와 해당 출자기관은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공공 컴퓨터를 가상화폐 채굴로 전용한 도덕적 해이도 혀를 찰 노릇이지만 대구시와 출자기관의 구멍 난 감사 시스템 역시 유감스럽다.

대구시 출자기관인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은 취업 예정자 등 대상의 인력양성교육프로그램용으로 교육장 2곳에 총 40대의 고사양 PC를 설치했으며 이 사업에는 시 예산 3억2천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DIP에 접수된 투서에 따르면 이 장비들은 정작 교육용으로 사용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24시간 내내 가상화폐 채굴에만 쓰였다고 한다.

가상화폐 채굴은 장비에 주는 부하가 매우 커 가상화폐 채굴에 쓰인 컴퓨터의 경우 수명과 내구연한이 현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보 내용에 따르면 채굴 작업으로 소요된 전기료마저 해당 사업비로 집행됐다고 한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교육장 PC 40대를 돌려 15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채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고작 그 정도 사익 때문에 고가의 공공장비가 밤낮없이 전용된 셈이어서 실소마저 자아내게 만든다.

일이 터지자 대구시는 고강도 감사를 통해 진상을 조사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솔직히 믿음이 잘 안 간다. 산하 출자'출연기관에서 비리와 일탈이 적발될 때마다 시가 되풀이해 온 수사(修辭)여서 그렇다. DIP만 해도 지난 2014년 국비지원 공모사업에서 부적격 업체를 지원 대상 업체로 선정한 사실이 적발되는 등 '전력'이 있는 산하기관인데 또다시 부적절한 일이 벌어졌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대구시 및 산하기관 청렴도 평가가 전국 최하위권으로 나타나는 등 기강 해이 경보등이 켜진 상황이다. 대구시는 고강도 감사를 통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며 반복되는 비리와 도덕적 해이를 막을 근본적 대책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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