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금까지는 성공이다. 촛불 민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수 끝에 당선, 바라던 자리에 올랐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수사도 이제 끝이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머잖아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비켜나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 10년의 보수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은 이로써 절정을 이룰 것 같다.
체육 교류를 통한 남북 관계 복원도 그렇다. 출발은 지난해 6월 24일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다. 문 대통령은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 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가치 실현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선수단 동시입장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틈나는 대로 남북 단일팀과 공동입장에 대한 '평창 구상'을 거듭 밝혔고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바랐다. 마침내 북한의 응답이 시작됐고 하나씩 결실을 맺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 응원단 등이 파견됐다. 개회식에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폐회식에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평창 구상은 다른 성과도 낳았다. 이는 김여정이 시작했다. 김여정은 지난달 10일 특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하고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통령 대북 특사를 1박 2일 북한에 보냈다.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체육 교류에서 정치 분야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 이후 일은 의미를 둘 만하다. 전설 같은 1970년대 '탁구 외교', 소위 '핑퐁 외교'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냉전(冷戰)으로 으르렁거리던 미국과 중국이 2g쯤의 탁구공 하나로 외교 관계 정상화의 신화를 이뤘으니 말이다. 시작은 1971년 3~4월 일본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참가 미국 선수 글렌 코완이 중국 선수단 버스를 우연히 탔고 '중국에 가 보고 싶다'고 한 말이 씨가 됐다. 이후 1971년 4월 미국 대표 선수단 15명의 첫 중국 방문,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모택동 주석과의 만남, 1973년 양국 연락사무소 개설, 1979년 등소평의 미국 답방과 수교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걱정이다. 나라 안팎 사정은 험난하다. 먼저 주변 나라이다. 남북 관계는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탁구 외교 신화의 주역 미국과 중국처럼 스스로 뜻을 펼칠 만큼 강국이 아니다. 주변국 입김이 산 넘어 산이다. 북핵 문제는 더하다. 게다가 주변국은 남북 관계를 자국 이익 극대화의 기회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과 손잡고 대만을 헌신짝 취급한 미국의 요즘 대한(對韓) 군사'통상 압박은 그 분명한 사례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성주 배치를 공격한 중국, 문 대통령의 3'1절 위안부 문제 발언 등을 빌미로 갈등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국내 사정도 역시다. 무엇보다 야당이 평창 구상과 이후 펼쳐진 일에 호의적이지 않다. 공격과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 공세일 수도 있지만 국민 지지가 만만찮은 대통령 힘을 빼는데 북한 문제는 더없는 호재일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과 청년 일자리 문제 등 풀리지 않는 경제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힘들지만 대통령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평창 구상의 결실은 탁구 외교 신화까지는 아니지만 남북 문제를 풀 디딤돌로 삼을 만하지 않은가. 우선 나라 안부터 힘을 모으자. 가장 모퉁이 약소국 신라가 이룬 미완(未完)의 민족 첫 통일 위업은 민심, 외교, 더 물러날 곳 없다는 절박한 불퇴전(不退戰)의 각오가 바탕이었음을 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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