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후기 단색화' 11인전 리안갤러리서 8일부터

입력 2018-03-05 00:05: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숱한 반복의 힘, 내면으로 가는 길을 내다

남춘모 작
남춘모 작 'beam17-20'
이배 작
이배 작 '무제'

'한국의 후기 단색화전'이 8일(목)부터 리안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김근태, 김이수, 김택상, 김춘수, 남춘모, 법관, 이배, 이진우, 장승택, 전영희, 천광엽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전기 단색화 이후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후기 단색화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2014년부터 3년 정도 국내외적으로 선풍을 일으켰던 한국의 단색화가 최근 들어 진행의 속도와 흐름이 다소 둔화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 단색화의 위축 현상을 가져온 이유는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국내외의 컬렉터, 기관, 미술품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1970, 80년대의 작품들이 물량적 측면에서 이젠 어느 정도 고갈될 단계에 이르지 않았는가 하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후기 단색화 작가들이 전기 단색화의 퇴조를 만회할 만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후기 단색화 작가란 1970, 80년대에 미술 현장에서 모더니즘 미술을 직접 체험했던 작가군을 지칭하는 것으로 현재 50, 60대 연령의 세대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근'현대화 과정을 몸소 체험한 세대인 이들 작가는 유럽과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미술을 전공한 유학 세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우리나라가 산업사회에 접어들기 시작한 1970, 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이들은 독자적인 재료와 매체 실험을 통해 단색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김근태 작가는 '회화는 하나의 평면이다'라는 존재론적 명제에 충실한 작업을 행한다. 그가 그리는 것은 어떤 대상 세계의 표정이나 사물의 외관이 아니다. 그는 내면의 세계에 충실히 접근해 마치 선사들이 선(禪)을 수행하듯이 정신의 세계를 탐색해 나간다.

김이수 작가의 작품은 수평선 혹은 지평선을 연상시킨다. 얇은 단색의 띠들이 중첩되어 이루어지는 화면은 보는 이의 마음을 평정한 상태로 이끈다. 김택상 작가의 단색 화면은 미묘한 뉘앙스의 색 자취들로 이뤄져 있다. 가을 나무 위에 매달린 홍시나 잔잔한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그의 그림은 보는 이를 깊은 관조의 세계로 이끈다. 이배 작가는 오랜 기간 파라핀과 숯으로 작업을 해 왔다. 숯을 작은 크기로 잘라 캔버스에 무수히 붙이는 그의 단색 작품은 일종의 오브제 회화이다. 천광엽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에 작은 점들이 정착되고 이를 샌드페이퍼로 갈아낸 뒤 다시 물감을 바르고 갈아내는 반복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미세한 점이 반복되면서 형성되는 질서의 세계가 천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석홍연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후기 단색화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 진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특히 향후 후기 단색화의 흐름과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4월 14일(토)까지. 053)424-2203.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