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발 해빙 무드 살려 '北美 대화 물꼬' 타진

입력 2018-03-04 20:46:27

김여정 특사에 답방 성격…남북관계 개선 의지 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특사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평창발(發) 해빙 무드를 살려 대화 국면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위기 국면으로 다시 돌아서느냐의 갈림길에 선 형국이다. 이번 특사 파견이 정세 전환의 첫 단추인 북미 대화 성사 여부를 가늠해보는 계기점이기 때문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에 응할 것인지에 대한 '확답'을 받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은 북미 대화에는 아예 선을 긋고 있는 데다 청와대 역시 북미 간에 최소한의 대화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과 같은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이벤트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대북특사의 기본적 성격은 김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를 파견한 데 대한 '답방'이다.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며 특사를 보냈다는 점에서 두 번째로 이어지는 정상 간 '간접대화'는 관계 진전의 새로운 틀 짜기를 모색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방북 초청 의사를 밝힌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에 화답하는 내용의 친서를 전달하고 남북관계 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 문제도 큰 틀에서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선(先) 북미 대화 후(後) 남북 정상회담' 추진 기조를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특사의 본령(本領)은 북미 간 대화를 '중재'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도 특사활동의 주된 목적으로 남북 교류 활성화에 앞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을 적시했다.

대미통(通)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특사단장으로 인선한 것 자체가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중재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인 정 실장은 핵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한 뒤에 이를 워싱턴에 전할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북특사단은 1박 2일간의 평양 체류 일정을 마친 뒤 6일 귀환하면 곧바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워싱턴으로 향할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대화에 응해줄 것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평양을 거쳐 워싱턴으로 가며 북미 대화의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특사단의 '제1미션'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비핵화 대화에 응한다면 북미 간 직접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개선도 강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하려는 기존 스탠스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핵(核)을 뺀' 북미 대화를 요구한다면 상황은 꼬일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해법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미국 조야의 인식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군사적 옵션까지도 모색 중인 워싱턴 내 '매파'의 목소리와 입지를 키워놓을 공산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을 통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질 북핵 메시지가 '평창 이후' 한반도의 기상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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