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업체 선정 부정 홀로 밝혀낸 동대표

입력 2018-03-03 00:05:04

용역업체 제출 서류 의문, 이의 제기에 '별난 아줌마' 낙인…경찰서 직접 찾아가 확인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동대표 배모(55) 씨는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 지난해 말 진행된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선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별난 아줌마'라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10일 배 씨는 올해 아파트 경비용역업체로 선정된 회사가 제출한 서류를 살피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최근 3년간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업체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지만 낙찰받은 업체는 최근 1년치 확인서만 제출했던 것.

배 씨는 해당 업체에 3년치 행정처분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자고 만류했지만 입주민을 대변해야 할 동대표가 잘못된 것을 보고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고 했다.

얼마 뒤 해당 업체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제출했다. 그러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해 다른 동대표들도 배 씨를 비난했다. 해당 업체는 배 씨를 상대로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배 씨가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해당 업체의 행정처분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경찰은 해당 업체가 지난 2016년 결격 사유가 있는 경비원을 선임해 과태료 40만원 및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업체 측이 관련 서류를 위조해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을 숨겼던 것이다.

해당 업체 대표는 동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 맞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담당 직원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어서 미처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문서위조변조죄는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라며 "아파트가 있는 동부경찰서나 해당 업체의 전 주소지인 서부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파트 측은 지난달 28일 정기 동대표회의를 열고 경비용역 입찰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배 씨는 "정확히 무엇이 잘못된 줄 모르고 있었던 대표들이 이제라도 진실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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