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서 '미투' 외치는데, 정치권은 깨끗해서 조용?

입력 2018-03-02 00:05:00

성추행·성희롱 발생해도 '쉬쉬'…불안한 고용에 당해도 말 못해

"연극계, 스포츠계, 영화계 심지어 종교계에서도 성폭력 피해자가 나오고 #미투 #metoo 운동이 한창인데 왜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이 모인 국회는 조용할까요?"

사회 곳곳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미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고용 특성상 사회 다른 곳과 같은 폭발력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최근 국회 보좌진이 모인 페이스북의 익명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사회 곳곳에서 '미투'가 심상치 않다"며 "사실 국회 의원회관 내 성추행과 성희롱에 쉬쉬해 왔던 것을 잘 안다. 지금이라도 추악한 악의 근원을 도려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보다 앞서서는 익명의 보좌 직원이 해시태그 #MeToo를 달고 "술 마시고 밤마다 여자 직원한테 전화하는 걸로 유명한 보좌관이 있다. 사고 칠 것 같다 했더니 결국 사고 쳤다"거나 "여자는 허리가 가늘어야 여자지라는 말을 들었다"는 고백이 나왔다.

한 보좌진도 "18대 국회 때 같이 일했던 보좌관이 새로 온 여성 9급 비서나 인턴에게 가르칠 게 있다며 '다른 직원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라'고 한 적이 있다"며 "우연히 일찍 출근한 날 그 보좌관이 신규 직원에게 질의서 작성법을 가르쳐 준다며 당구를 처음 가르쳐줄 때처럼 뒤에서 끌어안듯 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좌진 사이에서는 "국회의원의 사노비라고 불리는 보좌진 그리고 각 정당 관계자의 피해 폭로는 왜 없겠느냐.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의원에게 인사권이 있고, 보좌관 입김이 강한 탓에 소속 의원실에서 성 문제를 제기했다가는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이 페이지에는 "미투 운동을 정치권에서 응원하는 것 보면 남 눈의 티끌을 욕하기 전에 제 눈의 들보부터 뽑으라고 말하고 싶다. 국회 내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손버릇 더럽기로 유명한 사람 몇몇이 아직 국회 잘 다니고 있더라. 영감(국회의원을 이르는 정치권 은어)들 중에 자기 방에서 성추행 일어난 걸 알면서도 피해자를 내보내고 가해자는 계속 두는 사람도 있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보좌진은 "보좌 직원은 고용이 불안정하다. 30대 초'중반 나이에 국회 경력으로는 다른 분야 이직이 어려운 데다 폭로 이후 진로마저 막힐 우려가 크다"며 "국회 내 상당수 부조리는 인사권 문제만 해결되어도 없어질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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