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40대 다시 사랑이다
최근 안방극장에 '중년의 멜로'를 보여주는 드라마들이 방영돼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김남주와 지진희가 출연 중인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그리고 김선아-감우성 커플이 중심에 선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다. '미스티'가 미스터리 멜로를 표방하며 진한 중년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키스 먼저 할까요'는 중년 남녀의 만남을 경쾌한 느낌으로 그려내고 있다. 확연히 색깔이 다른 드라마지만 중견 배우들이 연기하는 중년 캐릭터들을 중심에 내세워 시청자 폭을 넓히고 있다는 사실은 같다. 젊은 스타 위주의 작품이나 판타지 또는 수사물 등 장르극이 대세를 이루는 미니시리즈 프라임타임에 '중년 멜로'가 편성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또 중견 배우들의 멜로를 내세우며 드라마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김남주-김선아의 연기력과 미모에 대한 호평이 터져 나오고 지진희-감우성의 중후한 매력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현 상황이 특히 흥미롭다.
◆'미스티', 진한 풍미의 어른들 멜로
드라마 '미스티'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인기 앵커 김남주(고혜란 역)와 그의 변호인으로 나선 남편 지진희(강태욱 역)의 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방송사 메인 뉴스의 앵커로 독보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남주, 그리고 욕망으로 똘똘 뭉친 아내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끊임없이 보듬어주는 지진희의 순애보가 묘하게 대치돼 흥미를 자아낸다. 여기에 살인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진범을 찾아내는 재미가 더해진다.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지진희의 행보, 그리고 김남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조연 캐릭터들의 갈등 역시 '미스티'의 인기를 견인해 주는 주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아예 '19세 관람가'를 내세우고 수위 높은 애정신까지 내보냈으며, 김남주가 노출을 강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속도감 느껴지는 연출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 라인으로 고정 시청자층 확보에 성공을 거뒀으며, 방송 2회 만에 5%대(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를 넘긴 후 중반부에 이르러 7%까지 넘어서며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러 재미 요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김남주다. 일단, 잘 관리된 외모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47세란 나이에, 게다가 6년이란 공백기가 있었는데도 전과 다름없이 잘 관리된 외모를 무기로 내세우며 다양한 톤의 의상을 척척 소화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앵커라는 극 중 캐릭터의 직업을 부각시키기 위해 구사하고 있는 또렷또렷한 발음과 심경 변화에 따라 변하는 눈빛 연기 또한 일품이다. '어른들의 격정적인 멜로'라는 수식어를 가진 이 드라마의 성격을 명확하게 살려주고 있는 인물이다.
◆'키스 먼저 할까요', 중년들의 새 사랑
김선아와 감우성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는 중년 남녀의 새로운 만남을 재치 있는 톤으로 묘사하며 시청자층을 넓히고 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이혼 후 혼자가 된 남녀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멜로 드라마다. 중년의 나이에 이혼의 상처까지 가진 남녀를 주인공 캐릭터로 내세웠지만 드라마의 톤은 젊은이들의 로맨스 못지않게 통통 튄다. 두 주인공이 서로에 대해 오해하며 티격태격하는 초반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를 차용한 듯 경쾌하다.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진지하고 또 현실적이다. "같이 할래요?" "잘래요, 우리?" 등 묘하게 수위를 넘나드는 대사와 상황 설정 역시 이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인생 경험 풍부한 중년의 남녀가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를 리얼하게 살려내 청춘들의 멜로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캐릭터들도 시청자들과의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 촘촘하게 잘 다듬어졌고, 무엇보다 김선아와 감우성 등 중견 배우들이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그중 김선아는 권고사직의 압박에 시달리는 40대 스튜어디스 안순진 역을 맡아 과거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진가를 드러냈던, 특유의 통통 튀는 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혼의 상처를 간직한 채 조울증까지 가지게 된 인물의 성격적 특징을 다양한 톤으로 연기해 주목받고 있다. 나이와 무관하게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멜로 장르 여주인공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2014년 작 '내 생애 봄날' 이후 4년여 만에 또다시 멜로 장르로 돌아온 감우성도 한층 더 깊어진 눈빛으로 매력적인 중년 남성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맡은 배역은 젊은 시절 광고계에서 실력자로 인정받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빛이 바래져가는 독거남 손무한이다.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혼자 살며 외로워하다 김선아를 만나 생기를 되찾게 된다. 4년 전에 비해 주름이 늘고 피부 톤도 거칠어졌지만 맡은 캐릭터의 성격과 이미지를 표현하기엔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이 됐다.
김선아와 감우성을 둘러싼 주연 라인도 탄탄하다. 오지호-박시연-김성수-예지원 등 중견 배우들이 대거 투입돼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10%대를 넘어서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 인식 변화와 함께 중년 멜로 붐
14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극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도 '중년 멜로'의 틀로 묶을 수 있겠다. 4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배우 한혜진의 복귀작이며 윤상현이 상대역을 맡아 오랜만에 멜로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앞서 거론한 두 편의 드라마에 비해 여배우의 실제 나이나 극중 캐릭터의 연령 설정 자체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시한부 선고 이후 인생을 정리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며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드라마로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중년 멜로'의 범주에 포함될 만한 작품이다.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 '중년 멜로'는 소재 확장 및 타깃 설정에 대한 드라마계 고민의 산물이다. 한때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일색이던 미니시리즈 시장에 판타지와 장르극이 들어와 판을 흔들어놨고, 한동안 '색다른 소재'를 찾는 데에만 열중하던 드라마 제작진은 인물과 인물이 소통하며 만들어낸 감정으로 시청자를 매혹하는, '옛 스타일'의 멜로에 다시 눈을 돌렸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중년 멜로'의 인기를 나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의 반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40대에도 여전히 30대 중반의 외모를 유지하거나 트렌드를 반영한 옷과 헤어스타일로 실제 나이를 짐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이가 흔한 요즘이다. 결혼을 미루거나 혹 결혼을 한 후에도 자신의 인생을 찾아 과감하게 이혼하는 부부가 속출하고 있는 지금, 40대는 더 이상 '늦은 나이'가 아니다. 오히려 남은 30~40여 년을 알차게 살아가기 위한 토대를 다져야 하는 분주한 나이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청년기를 지나 사회적으로 제자리를 차지하고 경제적인 여유까지 누리는 이들이 가장 많이 포진된 연령대가 40대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Young Forties'가 넘쳐나는 요즘 중년의 멜로 역시 시청자들의 눈에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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