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키워드 건국·촛불·평화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건국' '촛불' '평화'로 압축된다. 3'1운동이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건국의 기초를 닦았고, 이는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꽃을 피워 새로운 국민주권의 역사를 시작했으며, 그 기조 위에서 내년 '건국 100주년'을 3'1운동 정신과 국민들의 역량에 힘입어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방점을 찍은 대목은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가 3'1운동에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3'1운동으로 잉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 있음'을 명시한 헌법 제1조를 만들고 국호와 태국기, 애국가 등 나라의 법통을 물려줬다는 게 문 대통령의 강조점이다. 이는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정부에 의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된 것에 터 잡아 '건국절'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신적 원동력이었던 3'1운동을 문재인 정부 탄생을 이끌었던 '촛불혁명'과 연계시켰다. 탄핵 정국에서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선포한 촛불혁명이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3'1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며 "1천700만 개의 촛불이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 역사를 펼쳐보였다"고 힘을 줬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3'1운동과 촛불혁명을 한 묶음으로 만든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정통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를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헌 논의 과정에서 헌법 전문에 촛불혁명을 명기하려는 움직임도 이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가장 강조하려는 대목은 바로 3'1운동이라는 정신적 뿌리와 촛불혁명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저력을 토대로 한반도의 최대 숙제인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기념사에서 '독립'(23번)과 '대한민국'(20번) 등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쓰인 단어도 11차례나 등장한 '평화'였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형성된 남북 간 해빙 무드와 내년 '건국 100주년'이라는 시의성을 살려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역량과 자신감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남북 대화 기조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불식하고 국민적으로 강력한 공감대를 토대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이 분단되기 전 보편적 가치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온 민족이 합심한 것처럼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 관계의 전기를 한반도 평화로 이어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더 이상 우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며 "우리 힘으로 광복을 만들어낸 자긍심 넘치는 역사가 있고 우리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기념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여전히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를 준엄하게 꾸짖은 대목이다. 특히 일본이 '불가역적'이라고 주장하는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무효'임을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끊임없는 독도 도발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라며 "지금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역사 문제와는 별개로 한일 관계 전반을 미래지향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에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답게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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