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돌 기념식 동서 화합 피력
문재인 대통령이 '드디어' 지난달 28일 대구를 찾았다. 전날 검찰이 대구경북(TK)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직후 이뤄진 대구 방문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보수 본거지'로 불리는 대구임을 감안한 듯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 민주화운동이 2'28민주운동"이라고 치켜세우며 대구가 학생 민주화운동을 발원시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에서도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로도 분석된다. 특히 "2'28민주운동이 5'18광주민주화운동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어 국가기념일 지정에까지 이르게 됐다"며 대구와 광주의 동서 화합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 향후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 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는 민주주의의 뿌리"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구 정신'을 강조했다. 보수의 중심이 아니라 불의에 항거한 정의로운 고장이 바로 TK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2'28민주운동 58주년 기념식에 참석,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에서 독립유공자가 제일 많은 곳"이라며 "대구경북은 민족 항쟁의 본거지였다"고 했다. 또 "혁신 유림과 항일의병운동, 독립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진 역사는 대한민국 뿌리이자 우리 국민 모두의 자부심"이라며 "지금도 대구경북은 선비정신의 본거지"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의 선비정신은 고루한 것이 아니라 새로움과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정신"이라며 "그 정신이 2'28 반독재 민주운동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곳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90년을 뛰어넘어 IMF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으로 이어졌다"며 "낙동강 방어전선으로 대한민국을 지킨 보루가 되었던 곳도, 경제발전을 이끈 산업화의 본거지가 되었던 곳도 이곳 대구다. 이렇듯 자긍심 높은 도시"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의롭고도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온 대구시민들의 자긍심이 더 높이 빛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의와 자유를 향한 대구의 기개와 지조가 잠자는 정신적 자산에서 깨어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현실의 힘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TK의 정치 성향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동서 화합도 강조
문 대통령은 "2'28민주운동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연대와 협력의 힘"이라며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2'28정신을 온전히 살려냈는데 그 연대와 협력의 바탕에는 2'28민주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상호교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광주가 2'28민주운동을 함께 기념했다"며 "대구시민과 대구시, 지역 정치권이 추진해온 국가기념일 지정이 드디어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2'28 정신은 대구를 한마음으로 묶었고, 멀게 느껴졌던 대구와 광주를 굳게 연결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민주화운동 정신은 영호남과 진보'보수라는 대립 구도를 벗어나 모든 국민이 계승해야 할 정신적 유산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구시와 광주시는 지난 2013년 '달빛동맹 강화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한 이후 2014년부터 대구시장은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광주시장은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해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달빛동맹'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대구'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등 동서 교류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도 대통령과 동행, 향후 대구경북 현안을 챙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와대 측은 "홍장표 경제수석'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청와대 경제참모 라인이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라며 TK 홀대론을 적극 부인해온 바 있다.
◆"명실상부한 행사로 치러야"
문 대통령은 2'28민주운동 58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2'28민주운동, 3'15의거, 5'18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들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는 "2'28부터 촛불까지는 하나로 관통된 운동"이라며 "그 정신은 시민들 사이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28 같은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고 끝이 아니다"며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으면 그에 걸맞게 정부의 책임 있는 사람이 와서 기념사도 하는 등 명실상부한 행사로 치러야 한다. 그래야 후대들이 두고두고 민주주의의 교훈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밖에 "대구는 독재시대에도 저항의 중심지였다. 참고로 대구경북지역의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발굴한 정부가 노무현 정부였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