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국가기념일 첫 기념식] 성성한 백발이 된 '그날의 주인공' 감격의 눈시울

입력 2018-03-01 00:05:00

[르포] 대구콘서트하우스서 개최…당시 대구상고 2년 곽정돈 씨 "국가기념일 지정 실감"

지난달 28일 대구 2
지난달 28일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노동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공동의장 등 내빈들이 \'2'28찬가 노래비\' 제막식을 갖고 있다. 노래비는 경제계와 언론계 등에서 모금한 후원금 1천650만원을 들여 건립됐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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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6일 국가기념일이 된 '2'28민주운동' 기념식이 지난달 28일 대구 중구 공평동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렸다. 정부가 처음으로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2'28민주운동에 나선 당시 고등학교 재학생, 시민 등 1천200여 명이 참석했다. 공연장 2, 3층까지 빼곡하게 메운 시민들은 2'28민주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념식을 지켜봤다. 이날 모든 행사는 '뮤지컬 도시' 대구의 특성을 살려 생동감 넘치는 뮤지컬 형식으로 펼쳐졌다.

'2'28 대구,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주제에 맞춰 뮤지컬 배우들이 2'28민주운동이 일어난 1960년을 회상'재현하는 방식으로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 결의문 낭독 등을 했다. 2'28 유공자의 아들과 손녀 역을 맡은 배우들은 기념탑에서 참배하는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국민의례를 권했다. 1960년 당시 학생부위원장으로 결의문을 낭독했던 고 이대우 선생과 2'28 주역으로 언론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고 성유보 선생으로 분장한 배우들은 "친구야, 함께 부르자"며 객석에 앉은 유공자 서상호 씨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올랐다.

특히 2'28민주운동뿐 아니라 3'15의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등에 헌신한 주역들의 유족이 애국가를 선창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2'28민주운동 주역인 이대우 선생의 배우자 김향선 씨, 3'15의거를 촉발한 김주열 열사의 동생 김길열 씨, 4'19혁명을 이끈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배우자 이경의 씨,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김재평 씨의 자녀 김소형 씨, 6'10민주항쟁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등 5명이다.

경북고 양재표 군과 경북여고 전혜영 양이 힘찬 목소리로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며 결의문을 낭독하자 큰 박수가 터졌다. 배우와 시민들은 2'28민주운동의 이름 아래 함께 손을 잡고 2'28민주운동 찬가를 제창했다. 유공자들과 시민들은 연신 흐뭇한 표정으로 기념식을 지켜봤다.

이날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천정배 민주평화당헌정특위 위원장 등 정계 인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노동일 2'28기념사업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까까머리에서 성성한 백발이 된 '그날의 주인공'들은 힘껏 박수를 치며 눈물을 훔쳤다. 당시 대구상고 2학년이었던 곽정돈(77) 씨는 "모든 학생들이 온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부정은 두고 볼 수 없다는 끓는 마음으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오늘 대통령까지 오셔서 기념사를 하니 정말 국가기념일이 됐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행사에 참석한 김태양(18'경북고3) 군은 "입시에만 매달려 사회를 좀 더 돌아보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 나도 우리 선배들처럼 깨어 있는 학생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2'28찬가와 애국가를 부르며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해 눈물까지 흘렸다"고 했다. 노동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공동의장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결연히 일어선 2'28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오늘이 있다"며 "아무리 거친 비바람이 몰아쳐도 불의에 굴하지 말고 2'28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꿔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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