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식중독 주범' 노로·로타 바이러스

입력 2018-02-28 00:05:00

60℃ 가열해도 감염력 유지, 입으로 전파 영·유아 치명적

무더운 여름철에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진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균들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다. 하지만 날씨가 춥다고 식중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저온에서도 생존력이 강한 바이러스들이 있어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 확산 조짐을 보여 불안감을 드리우게 했던 노로 바이러스가 그 예다. 노로 바이러스와 함께 로타 바이러스도 추운 계절 장염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추운 날씨 속 식중독의 주범, 노로 바이러스

평창올림픽 개막을 전후로 평창과 강릉을 중심으로 노로 바이러스가 확산됐다. 이 때문에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5일 (오후 4시 기준)까지 이들 지역에서 노로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모두 324명. 격리됐던 이들도 모두 정상적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이라 불리는 노로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노로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식중독이 전체의 약 3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로 바이러스는 여름에 증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온과 습도가 떨어지면 기지개를 켠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절반이 12~2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노로 바이러스는 미국에서 처음 확인됐다. 노로 바이러스의 입자 크기는 27~40nm. 정이십면체 모양이다. 급성 장염을 일으키는 노로 바이러스는 생명력이 강하다. 60℃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력이 유지된다. 영하 20℃에서도 죽지 않고, 냉동 또는 냉장된 상태에서도 수년간 살아남는다. 노로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과의 피부 접촉을 통해 옮기도 하고 감염자의 침이나 구토물, 대변 등에 의해 감염되기도 한다.

오염된 지하수나 해조류를 먹어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24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이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의 대표적 증상.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에선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을 두고 '장(腸)에서 발생하는 독감(intestinal flu)' '겨울철에 토하는 병(winter vomiting bug)' 등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로 바이러스는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 탈수가 심한 경우 정맥주사로 수액을 공급하는 정도다. 다만 감염됐을 때 괴로울 수 있으니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상책.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조개나 굴 등 어패류는 익혀 먹는 게 좋다. 85도 이상에서 1분간 가열하면 감염력이 없어진다.

◆어린이는 로타 바이러스도 주의해야

여름철 장염은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균들이 원인인 게 대부분이다. 반면 겨울철 장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노로 바이러스와 함께 로타 바이러스가 바이러스 장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다. 그만큼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영유아를 중심으로 로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로타 바이러스는 12월부터 늘기 시작해 2~4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영유아가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임산부와 아기가 머물고 있는 산후조리원 등에서 집단적으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로타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로타 바이러스는 사람의 대변과 입을 통해 전파된다. 로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구토와 발열, 설사 등의 증상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다른 장염에 비해 이 같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구토와 설사가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탈수 위험도 더 커진다. 영유아에겐 더욱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증상은 4~6일간 지속된다. 노로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로타 바이러스 자체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탈수 증세가 심해지지 않도록 막는 정도에 그치는 것도 비슷하다. 물을 많이 마셔 수분을 보충하거나 정맥주사로 수액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그것이다. 결국 로타 바이러스 또한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최선이다. 예방 백신을 맞는 것 외에도 주의해야 할 점은 더 있다. 노로 바이러스 예방 수칙처럼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기본이다. 다만 로타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높아 개인위생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린이집 등 집단시설에서 사용하는 용품은 끓는 물로 소독하고 영유아가 감염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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