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출신 여자 컬링 대표팀, 올림픽 첫 은메달 획득까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만 해도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개막 후 신데렐라가 됐다. 비록 정상을 눈앞에 두고 패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들의 도전은 전 국민을 열광시켰다. 경북 의성 출신이 주축인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얘기다.
경북 의성은 인구가 5만여 명인 농촌. 대표팀 선수 중 막내 김초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김)영미와 '영미 친구' 김은정, '영미 동생' 김경애, '영미 동생 친구' 김선영이 그들. 게다가 김민정 감독까지 모두 성이 김씨인 덕분에 '팀 킴(Team Kim)'으로 불리기도 한다.
먼저 컬링을 시작한 것은 김은정과 김영미다. 의성여고 1학년 때 새로 생긴 의성컬링센터에서 체험 활동으로 컬링을 처음 접한 김은정이 친구 김영미에게 같이 하자고 권했다. 김경애는 언니 김영미에게 준비물을 가져다주러 들렀다가 컬링에 빠져들었고, 친구 김선영까지 끌어들였다.
컬링을 빼고 생각하면 이들의 삶은 여느 소녀들처럼 평범했다. 틈이 나면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을 거들었다. 김영미'경애 자매는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음에도 구김살 없이 컸다. 홀어머니의 속을 썩인 것은 반대를 무릅쓰고 컬링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을 때뿐이다.
2006년 세워진 의성컬링센터는 이들이 꿈을 키운 무대. 국내에서 처음 세워진 것이자 유일한 컬링전용경기장이다. 의성여고 졸업 후에도 이들 넷은 이곳에서 훈련하며 컬링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지역 실업팀인 경북도체육회에 들어가 선수로 뛰었다. 고교 최고 유망주로 꼽히던 김초희가 합류하면서 팀은 '완전체'가 됐다.
하지만 한국이 컬링 불모지인 탓에 많은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팬들의 박수 소리도 없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아픔도 맛봤다. 줄곧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 태극마크를 놓쳐버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뛰었다.
평창올림픽에서 이들은 훨훨 날아올랐다. 컬링 강국들을 잇달아 격파하며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인터넷상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스킵) 김은정의 표정을 담은 사진, 김은정이 친구 김영미를 부르는 '영미~'라는 말 등 이들의 이야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심지어 김은정의 어머니 이름이 '김영미'라는 내용까지 화제가 됐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들을 주목했다. 외신들도 앞다퉈 이들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같은 고향 출신에다 한팀이 된 인연, 경기 모습과 기량 얘기까지 이들을 향한 관심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갑작스런 관심과 인기에 동요하지 않은 채 경기장에서 제 기량을 펼쳤다.
결국 이들은 힘을 모아 한국 컬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컬링 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작은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얘기가 세계인이 주목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화려한 피날레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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