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내일이면 막을 내린다. 올림픽 때문에 몇 년 만에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전력 질주하고 도전하고 경쟁하는 모습이 참으로 진지하게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금메달리스트에게 박수를 보내고, 은메달 동메달을 따고 해맑게 미소 짓는 아름다운 모습에 더 큰 환호를 보낸다.
여자 컬링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과 겨루었던 덴마크 대표팀이 7엔드가 끝나고 9대3 스코어에서 '굿 게임'을 선언했다. 한국이 기권승을 거두었다. 예선전을 1위로 끝낸 한국 대표팀에서는 당연히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카메라가 지나가면서 보여진 한 장면이 나를 감동케 했다. 덴마크 선수단 4명 모두의 표정이 일반적인 패자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들의 표정이 너무 밝았다. '오늘 게임 참 좋았어. 한국선수들 정말 대단해. 우리는 졌지만 최선을 다했고, 우리는 이것으로 만족해.' 이런 표정이었다. 모든 시선과 환호가 한국팀에 집중되는 순간, 박탈감과 허탈감을 느껴야 당연할 것 같은 순간, 이들은 조금도 아쉬움이 없는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덴마크 여자 컬링 대표들이 나에게 아름다운 평창동계올림픽 기억을 선물해 주었다.
우연히 올림픽 기간 중에 설이 있었다. 많은 가정에서 온 가족이 함께 올림픽을 시청했다고 한다. 정치가들이 쟁점화되기를 바랐던 정치적 이슈조차 올림픽의 열기에 힘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설도 지나갔고, 올림픽도 내일이면 끝난다. 가족의 만남도 올림픽의 명장면도 모두 기억의 창고로 들어간다. 기억은 과거의 현재화다. 사람은 기억을 통해서 과거를 새롭게 한다. 과거의 사건은 바꿀 수 없지만 우리 마음속의 기억은 바꿀 수 있다.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기억은 없다. 기억에 색깔을 칠하고 배경음악을 넣는 일은 현재의 몫이다.
설과 추석 명절에 사람들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차례를 지내고, 추모예식을 거행한다. 부모님을 새롭게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을 기억하기 위해서 기념한다. 기념을 하면 기억이 새로워진다.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부모님과의 섭섭한 기억보다 고마운 기억이 더 많아진다. 웬일인지 나는 아버지께 섭섭한 기억이 많았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에도 나는 극단적인 가난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하고 싶었던 일 중에서 상처가 남을 정도로 하지 못한 일도 없다. 모두 아버지 덕이 아니겠는가? 지금 내 나이와 같은 때의 부모님의 모습은 나보다 훨씬 성숙한 분이었다. 같은 부모님인데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부모님을 어떻게 기억하는가는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가 축복을 기억하면 축복이 현재화된다. 우리가 감사한 일을 지속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지속적인 감사의 현재화다. 그래서 행복한 기억은 큰 축복이다.
곧 다가올 3'1절 99주년을 잘 기억하고 기념하자. 기념은 어떻게 하나? 우리는 기념비를 세우고, 예식을 거행하고, 사건을 재연한다. 축제와 연극을 한다. 그 속에는 노래, 춤, 증언, 선언이 있다. 이와 같이 기념을 통해 과거의 역사를 현재화한다.
사랑으로 과거를 기억하자. 사랑의 기억이 미래를 연다. 우리의 상처가 너무 깊으면 우리가 치유받기 전에는 현실과 미래를 살 수 없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서 어머니의 사랑을 충분히 받아야 이 아이는 미지의 세계로 탐험에 나설 수 있다. 충분한 어머니의 사랑을 못 받으면 그 사랑이 충족될 때까지 아이는 불안해서 엄마의 품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사랑과 행복을 경험한 사람이 미래를 믿고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사랑과 행복의 기억이 필요하다. 사랑과 행복의 기억이 미래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준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도 부모님도 3'1운동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자. 인류사랑, 부모사랑, 민족사랑의 모습으로 기억하자.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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