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와인 시음회에서 1번부터 5번까지 번호가 붙은 와인들을 차례로 제공했다. 시음회 동안 음악은 드뷔시의 '달빛'부터 바그너의 (역동적인) '발퀴레의 비행'으로 바뀌었다.
시음자들은 1번과 5번의 와인을 각각 다른 맛으로 평가했다. 사실은 같은 와인이었음에도. 배경 음악에 따라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다.
저자 존 파웰은 '음악이 어떻게 우리에게 심오한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에서 이 책의 논거를 출발하고 있다. 또 음악의 다양한 효용과 쓰임새를 과학적 실험의 증거들로 설명하며 인류에게 '음악은 숙명'임을 명쾌한 논리로 설파하고 있다.
◆음악 장르 따라 쇼핑센터 매출 영향=쇼핑센터에서 프랑스 음악이 나올 때는 프랑스 와인이 더 많이 팔리고, 감미로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소비가 30%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좌우할까'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지난 수십 년간 심리학적 연구와 사회학적 연구에 몰두했다.
음악 심리학의 모든 면을 들여다보고, 음악이 어떻게 아기가 엄마와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돕고, 백화점에서 음악에 따라 어떻게 소비 패턴이 달라지는지를 밝힌다.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의 감정에 주목하며 음악이 우리 일상적인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14장에서 저자는 연주가의 연주 패턴에 따라 우리의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몇 가지 실험결과들로 설명한다. 보통 연주자는 악보대로든 즉흥적으로든 음악 효과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기법, 주법(奏法)들을 활용한다. 그들은 다양한 독보법(讀譜法), 타이밍, 주법, 강약, 음색으로, 때로는 실수조차 활용해서 우리의 감정을 요리한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고전음악들은 수백 년 전 음악가들의 영감에 의해 그려진 악보였을 뿐인데 그것들이 연주자들의 표현방식에 의해 인간의 감정이 좌우되는 것이다.
◆뇌 건강, 정서 안정에도 음악이 관여="음악은 우울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준다. 다양한 질병을 이겨내고, 과제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감을 쌓도록 돕는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하고, 그리움에서 기쁨에 이르는 감정들로 삶을 채워준다." 본문에 나오는 음악의 효용들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음악과 함께 생활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음악이 뇌를 적절히 자극하고 즐거움도 함께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음악에는 뇌의 건강을 유지시키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기능들이 있다. 예를 들면 강력한 감정 자극제로 작용한다. 유쾌한 음악을 들으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 긍정적으로 기분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음악을 감정으로 바꿀까. 우리 뇌는 과도한 자극도, 부족한 자극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황이 복잡할 때는 조용한 음악을 선호하게 되고, 삶이 지루할 때면 거친 록(Rock) 음악으로 뇌를 자극한다.
우리는 종종 신체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고 집중력을 끌어올리려고 음악을 사용하고, 기분 전환용으로 음악을 듣기도 한다. 때로는 상황에 따라 인위적으로 특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축하나 애도 선율로 그 분위기를 이끄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음악의 또 다른 용도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듣는 음악이 있다. 이렇듯 저자는 실험심리학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음악의 다양한 쓰임새를 과학적 실험의 증거들로 설명한다.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음악의 심리학적 비밀을 들여다보는 이 책은 음악 분야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에 이은 후속작이다. 전작(前作) 역시 기발한 콘셉트로 음악 분야의 전문적인 독자를 포함해 일반 독자의 폭넓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책은 음악의 심리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음악이 우리 일상을 지배한다는 다양한 사례들과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그 사람이 듣는 음악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쇼핑할 때 배경음악에 따라 매출액이 차이가 나거나, 음식 맛을 평가할 때도 음악 장르에 따라 그 맛을 다르게 느낀다는 실험 결과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선보인다. 또 이야기와 영상이미지를 다루는 영역인 영화에서도 음악이 어떻게 감정 변화를 이끌어가는지도 세밀하게 밝히고 있다.
책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이 자주 듣는 음악들을 나열해보고, 그 리스트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 들여다본다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89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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