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100일 계속되는 고통] 하루 한번꼴 여진…잊을 만하면 공포 되살아나

입력 2018-02-22 00:05:01

3개월 사이 919명 포항 떠나, 남은 시민 불안한 생활 계속

포항시 관계자가 20일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인 흥해실내체육관 안에 설치한 대형 스피커를 치우고 있다. 시는 잇따른 지진으로 흥해체육관 천장 구조물 일부가 휘어짐에 따라 이재민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이재민 반대로 우선 긴급한 안전조치부터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포항시 관계자가 20일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인 흥해실내체육관 안에 설치한 대형 스피커를 치우고 있다. 시는 잇따른 지진으로 흥해체육관 천장 구조물 일부가 휘어짐에 따라 이재민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이재민 반대로 우선 긴급한 안전조치부터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22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시민들은 지진 트라우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재민, 지열발전소, 이산화탄소(CO₂) 저장시설 등 포항 지진이 만들어낸 키워드도 숱한 갈등을 빚어내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시민들의 포항 탈출도 현실화되고 있다. 포항시 인구는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51만9천581명에서 지난 1월 말 현재 51만8천662명으로 무려 919명이 포항을 빠져나갔다. 지난 11일 새벽에 발생한 여진의 충격을 감안하면 더 많은 시민들이 포항을 벗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여진이 언제 또 닥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서 발생한 이후 22일 현재까지 하루에 한 번꼴로 97번의 여진이 지속됐다. 특히 지난 11일 발생한 규모 4.6 지진은 여진이라고 하기에 너무 강했기에 지진 공포를 조금씩 잊어가던 시민들을 다시 불안에 떨게 했다.

두 번의 강진에 포항 공공'사유시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11'15 지진에 포항지역 주택의 10%에 이르는 2만5천여 채가 손상됐고, 학교와 항만 등 공공시설을 합하면 2만7천여 곳이 피해를 당했다. 피해액은 9'12 경주지진 때보다 5배가 넘는 551억원에 달했으며, 당시 92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또 2'11 여진에 손상된 공공'사유시설은 20일 현재 5천888건에 이른다. 오는 28일 지진피해 신고가 완료되면 피해 건축물은 적어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진으로 다친 40명 중 3명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재민은 당초 임시 구호소 12곳에 1천700여 명이 거주했지만, 정부 이주대책 등으로 흥해실내체육관 1곳에 397명만이 남았다. 이 체육관은 2'11 여진에 철구조물이 휘는 손상을 입어 추가 지진이 오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재민들은 "이주대책이 세워지기 전까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며 행정 불신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0일 임시 구호소 폐쇄를 두고 깊어진 이재민과 포항시의 갈등이 만든 불신이다.

포항 지진을 유발한 원인으로 의심받는 지열발전소와 지진 유발 가능성이 제기된 CO₂저장시설에 대한 논란도 식지 않고 있다. 흥해읍을 중심으로 지역 곳곳에 지열발전소와 CO₂저장시설을 폐쇄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임종백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유발 지진을 일으키는 지열발전소와 안전성이 우려되는 CO₂저장시설을 폐쇄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는 것과 별개로 어떻게 지열발전소가 포항에 지어지게 됐는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제 한미장관맨션 지진대책 비상대책위 대표는 "그동안 지자체가 보여준 모습은 지진 대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행정으로 비쳐 이재민들의 반감을 샀다. 지진피해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이재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행정을 보여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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