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버렸나 몰랐나…팀워크 실종된 女팀추월 논란

입력 2018-02-21 00:05:00

체력 떨어져 뒤처진 노선영 도움 주지 않고 둘만 질주…김보름, 노선영에 책임 돌리듯 말해

박지우(오른쪽)와 김보름(왼쪽)이 19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막판 체력이 떨어져 뒤처진 노선영을 뒤로 한 채 결승선을 통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우(오른쪽)와 김보름(왼쪽)이 19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막판 체력이 떨어져 뒤처진 노선영을 뒤로 한 채 결승선을 통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팀추월 8강전 경기 후 결과에 아쉬워 하는 노선영을 밥 데용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팀추월 8강전 경기 후 결과에 아쉬워 하는 노선영을 밥 데용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의 후폭풍이 거세다. 결과를 떠나 내용 면에서 팀워크가 완전히 실종된 모습을 보인데다 경기 후 동료를 탓하는 듯한 인터뷰를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주장하는 글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논란은 쉽게 숙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 경기에서 한국의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는 3분03초76의 기록으로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레이스 막판 체력이 떨어진 노선영이 동료들보다 크게 뒤처지며 약 4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 뼈아팠다. 팀추월에서는 마지막 주자가 들어온 기록을 바탕으로 순위를 가린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은 노선영이 아닌 김보름과 박지우에게 쏠렸다. 팀추월의 기본 전략이 혼자서 뒤처지는 주자가 없도록 대형을 유지하고, 순서를 바꿔 가며 공기 저항이 심한 앞자리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인데, 이런 '한 몸' 같은 팀플레이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기 후 모습은 이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자책하는 노선영을 위로하는 건 동료들이 아니라 밥 데용 코치였고, 김보름과 박지우는 고개 숙인 노선영을 뒤로 한 채 둘이서만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향했다. 게다가 김보름은 인터뷰에서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 선두의 랩타임은 계속 14초대였다"며 저조한 성적의 원인을 노선영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인터뷰 도중 피식 미소를 짓는 등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일부 팬들은 김보름의 SNS에 거친 인신공격을 포함한 악성 댓글을 퍼부었다. 결국 김보름은 해당 SNS 계정을 닫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역대 최단시간 참여자 30만을 넘어섰다. 또 김보름 개인 후원사인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자 네파 측은 20일 김보름과 재계약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파는 김보름에게 그동안 경량 패딩 등 기능성 용품을 후원해왔으며 애초 계약은 이달 말까지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 김보름은 2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제 인터뷰를 보시고 많은 분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많이 반성하고 있고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선수 모두 3위를 목표로 했고 그러려면 일차적으로 4강에 진출했어야 했다"며 "6바퀴 중 3바퀴를 앞에서 돌아야 했던 제 욕심에 마지막 바퀴에서 29초를 끊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뒤처진 (선영) 언니를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철기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뒤처졌다는 사실을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경기 직후 선수들이 서로 어색해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도 지도자들이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안았다.

한편 노선영은 감기몸살을 이유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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