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무도 관심없던 '컬링' 키워 평창서 기적 일군 의성군의 혜안

입력 2018-02-21 00:05:00

경북 의성군이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의성의 딸'들로 이뤄진 여자 컬링 대표팀이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고 있는데다 이들이 경기 중 나누는 사투리와 행동이 연일 화제를 모으면서 의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의성군이 비인기 종목인 컬링의 장래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지원·육성에 나선 것은 지방자치단체 스포츠 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구 6만 명에 불과한 농촌 지자체가 컬링 같은 비인기 소외 종목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10여 년 전 의성군이 국내 최초로 국제 규격의 컬링장을 의성에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반대 목소리가 만만찮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컬링의 개척자이자 의성이 고향인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전 회장의 열성적인 제안을 의성군 관계자들은 흘려듣지 않았다.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방치하다시피 하는 여느 지자체와 달리 의성군은 '소프트웨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역내 중·고생들에게 컬링을 적극 장려했는데 이를 통해 컬링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대한민국 컬링 대표선수로 성장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녀 컬링 대표선수 15명 중 14명이 이 지역 출신일 정도로 이제 의성을 빼놓고는 대한민국 컬링을 논할 수 없다.

컬링 열풍이 불면서 의성은 지역 홍보 효과도 만끽하고 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이 국내외 언론들로부터 '마늘소녀' (Garlic girls)라는 애칭으로 집중 조명되고 있는 덕분에 의성의 주력 농산물인 마늘의 홍보 효과도 쏠쏠하다. 또한 의성컬링장이 외국 선수들의 전지훈련 및 베이스캠프로 인기를 끌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데 이는 지자체 스포츠시설 투자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만하다.

전임 단체장의 치적을 신임 단체장이 뒤엎는 경우가 허다한데, 정해걸 전 군수의 컬링 육성책을 김주수 현 군수가 이어받아 지원을 확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타지역 지자체들도 컬링 육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데 의성이 대한민국 컬링의 메카 자리를 앞으로도 굳건히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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