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청, 건설사에 70억 물어줄 판

입력 2018-02-21 00:05:00

무상 공여 대상 재건축 공유지 적용 법령 혼선 60억에 매각…건설사 소송 제기

대구 수성구청이 재건축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해 건설사에 수십억원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법적으로 무상 제공해야 할 토지를 건설사에 돈을 받고 팔았기 때문이다. 수성구청은 재판을 거쳐 원금과 이자 등 70억원을 돌려줄 방침이다.

20일 수성구청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건설사가 지난해 1월 수성구청을 상대로 토지매입비 60억원과 3년간의 이자(5%) 10억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수성1가 재건축정비사업 시공사로 참여한 이 건설사는 지난 2016년 8월 979가구의 공동주택을 준공했다.

문제는 지난 2013년 착공 당시 수성구청이 아파트 부지 안에 있던 공유지 2천453㎡를 재건축조합과 건설사에 매각하면서 불거졌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사업부지 주변을 도로 등으로 개발해 기초단체에 기부채납하면 해당 기초단체는 사업부지 내에 있는 공유지를 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돼 있다.

수성구청은 당시 주택법 등 다른 법령과 혼선을 빚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이 '무상 양여는 강제 규정'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사업부지 내 공유지의 유상 매각이 불가능해졌는데도 제대로 규정을 적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담당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데다 건축과와 건설과, 지적과 등 여러 부서에서 이뤄진 일이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형편이다. 수성구청 한 관계자는 "당시 담당 직원이 주택법과 도정법 적용 여부를 헷갈린 것 같다"고 했다. 구청의 다른 구 관계자는 "공유지 매각 전에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착공이 급했던 재건축조합이 사업을 급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바로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소송은 오는 4월 6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현재로선 수성구청의 패소가 유력하지만 지난해 9월 건설사와 구청 간 소송에 재건축조합 측도 뛰어들면서 판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구청이 반납할 토지매입비를 받을 주체가 조합인지 건설사인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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