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절규에 공화당도 '흔들'…美총기규제법 통과되나

입력 2018-02-20 17:32:38

17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이 총기 규제에 미온적이었던 미 공화당의 태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총기 소지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또다시 비등하면서 공화당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처럼 적극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공화당에서도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부상하고 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방향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소지 옹호론자로, 지난 대선에서도 전미총기협회(NRA)의 지지를 받았다.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공화당의 존 코닌 상원의원과 만나 '닉스(NICS'범죄경력조회시스템) 수정법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수정도 고려되고 있지만, 대통령은 신원조회시스템 개선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라지 샤 백악관 공보비서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신원조회 과정에 충분한 인력이 투입되고, 모든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그는 현재의 시스템을 '짜깁기'로 표현, 허점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전과조회시스템인 닉스는 총기 판매상이 총기를 구매하려는 사람의 신원을 조회할 때 이용한다. 범죄자나 정신병력자 등 법률상 부적격자가 총을 살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코닌 의원은 지난해 연방'주 정부의 수사당국이 개인의 주요 신상 정보를 닉스 데이터베이스에 제공토록 하는 닉스 강화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원에서는 심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하원에서만 작년 12월 닉스 강화법안이 통과됐다. 공화당에서는 '범프스탁'(bump-stock)에 대한 규제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범프스탁은 반자동 소총을 완전 자동소총처럼 만들어주는 장비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는 반자동 방식에 범프스탁을 결합하면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어도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해진다.

작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를 일으킨 범인 스티븐 패덕이 이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규제가 한때 논의된 바 있다.

트레이 가우디(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18일 CBS 방송에 나와 "나는 범프스탁 금지가 괜찮다고 본다"면서 "하원 지도부에 언제, 어느 조건에서 표결할지 기꺼이 물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쿠르벨로(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전과 다르게 총기 규제에 찬성의 뜻을 보이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범프스탁 규제법안을 발의한 쿠르벨로 의원은 "합리적인 총기규제법이라면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총기 입법은) 국민의 총기 소유 권한을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무기를 이용해 무고한 생명을 살상하려는 사람도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19일 백악관 앞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열렸다.

총기 규제 옹호론자들은 24일 워싱턴 D.C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행진에 나설 계획이어서 공화당에 가해지는 압박의 강도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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