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 정부의 섣부른 대북정책 탓은 아닌가

입력 2018-02-20 00:05:00

미국 정부가 강력한 철강 수입 규제 방침을 발표하면서 무려 53%의 관세 부과 대상에 미국의 우방국 중 한국만 포함시킨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폭주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진단은 미국 산업 보호를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만만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경제적 분석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한국 길들이기'라는 정치적 분석 두 가지가 있다.

어느 쪽이든 문 정부는 엄청난 난제를 마주하게 됐다. 미국의 속내가 전자에 있다면 대응책도 상대적으로 명확해진다. 쉽지 않겠지만, 통상 문제로 국한해 양국 간 접점을 모색하면 된다. 그러나 후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북 정책을 포함해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를 최소한 미국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는 지지층의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 정부에게는 큰 부담이다. 하지만 한미 동맹을 이름뿐인 동맹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주목을 요구한다. 통상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압박에는 정치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과 안보의 분리'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서 갈등을 노출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문 정부가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뒤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 정부 당국자가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냉랭한 반응을 보인 것은 상징적이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7일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최대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성급한 유화책을 만지작거리는 문 정부를 향해 미국의 목표는 '핵 문제 해결 없는 대화'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 정부는 대북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방향을 달리하는 대북정책은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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