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형편 없다고 아우성, 상인들은 장사 안 돼 울상, 인건비 올라 사람도 못 써"
"서민들의 시름은 깊었다. 고단하고 팍팍한 살림살이에 답답함을 호소했고, 화재'지진에 대한 두려움은 두 다리 펴고 살 수 있는 안전대책 요구로 이어졌다."
6'13 지방선거 출사표를 던진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예정자들이 훑은 설 연휴 민심이다. 이들은 "대구경북 민심은 선거가 아닌 경제와 안전에 쏠려 있었다"고 전하며 "살기 좋은 대구시와 경북도를 만들어달라는 바람에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권영진 대구시장'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재만 전 최고위원'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이상 자유한국당),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이상 더불어민주당)과 차기 경북도지사를 노리는 김광림'박명재'이철우 국회의원, 김영석 영천시장'남유진 전 구미시장(이상 한국당), 오중기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민주당)의 얘기를 들어봤다.
◆무너지는 서민경제에 민심 흉흉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맞은 이번 설은 민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풍향계나 다름없다. 하지만 출마 예정자들이 챙긴 밑바닥 여론은 흉흉하기만 했다. 취업 걱정, 물가 상승 등에 따른 살림살이 어려움 등등을 호소했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 불안, 진보 진영에서는 정치적 다양성을 갈구하는 민심 흐름을 읽었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저임금'부동산 정책 등 정부가 경제를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왜 위축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많이 들었다. 대구시만이라도 중앙정부와 달리 경제를 살리는 쪽으로 가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했다. 또 "안전에 대한 걱정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했다.
이재만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상인들로부터 올해만큼 장사가 안 되는 건 20년, 25년 만에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걱정도 많았다. 최저임금 문제로 사람을 쓸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나와서 일한다는 사연도 있었다. 정부의 안보, 경제, 외교 정책에 대한 불안도 컸다"고 전했다.
김광림 국회의원은 "설 민심 키워드는 경제 부흥, 지진 피해, 일자리 등이었다.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미래를 꿈꿀 수 없다고 호소했다. 얼마 전 포항 지진(여진)이 났을 때 정부는 온통 북한과 평창올림픽에 매몰돼 경북도민 안전을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북 경제를 되살리고 안전을 지켜달라는 요구를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박명재 의원은 "계속되는 여진으로 포항 주민들의 불안이 크다. 지열발전소나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등 지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은 싹부터 잘라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진피해 돕기 행사가 일부 주요 전통시장에서만 열리는 바람에 중소 규모 시장은 온기를 잃었다. 포항 민심은 그야말로 흉흉했다"고 귀띔했다.
이철우 의원도 "경기가 형편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설 대목같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포항은 경기 부진에 지진 여파로 어렵고, 구미는 업체들의 생산액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그 여파가 인근 지역 인구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는 분양이 안 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살 맛 안 난다'는 푸념이 지역을 휩싸고 있었다"고 했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포항은 지진에 대한 불안감, 전통시장 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진 피해 이재민과 포항시청 사이에 보상을 둘러싼 시각 차도 크다는 걸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 홀대 정책에 대한 불만도 팽배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 비중이 더 커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당에 "보수 자존심 세워달라"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국당이 잘 해야 한다고 혼을 내시더라. 한국당에 냉담한 분들도 있었다. 경기 안 좋다는 것은 공통 지적이었는데 90% 정도가 정부에 비판 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급을 올린 것은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셌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북한 집중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은 "한국당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보수가 약화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이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많았다. 한국당이 이를 바로잡아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근심이 됐다. 또 시민 상당수는 대구공항 이전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돌보지 않고 왜 지방선거에 나서느냐는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홍준표 대표가 보수 재건과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보태지는 못할 망정 지방선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며 "지도부가 선거에 몰입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TK에서도 훈풍 감지"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은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문제로, 또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비판적 여론이 부상했지만 대구에서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좋아졌다"며 "예전에는 한국당과 다른 말을 하면 '빨갱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고, 대구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말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대구에도 분명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직 완강한 보수의 아성임에는 틀림없지만 청'장년층은 물론 노년층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음을 목격했다. 예전에는 면전에서 명함을 찢는 일도 있었다고 하나 이제는 선전을 바라는 시민이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오중기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경북 민심이 화가 나 있었다. 한국당의 정치적 배신행위에 허탈감을 느끼면서 정치적 대안을 찾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예전 출마때는 지역 반응이 냉담했으나 요즘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달라는 격려를 많이 받는다. 바닥 민심이 변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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