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경기 펼친 빙속 여제 이상화의 '금만큼 값진 은'

입력 2018-02-18 22:53:35

벤쿠버·소치 이어 3연패 도전, 올림픽 마지막 레이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빙속 여제' 이상화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 출전, 트랙 위를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의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곧이어 울음이 터졌고, 한 번 터진 눈물샘은 좀체 마르지 않았다.

'빙속 여제' 이상화(29)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라이벌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에 우승을 내주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이날 37초33를 기록했지만 36초9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고다이라 나오에게 미치지 못했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2014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우승에 이어 안방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려 했지만 아쉽게 3연패에는 실패했다. 이날 이상화가 우승했다면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년'1992년'1994년)에 이어 역대 올림픽 두 번째 500m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화는 이에 못지않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역대 세 번째로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3연속 금메달을 딴 블레어와 독일의 카린 엔케(1980년 금메달'1984년 은메달'1988년 동메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끝에서 두 번째인 15조로 경기에 나선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0초20으로 끊으면서 앞 조인 14조에서 경기한 고다이라 나오보다 기록이 앞서 우승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그러나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하면서 고다이라 나오의 이름을 아래로 밀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이상화의 이날 레이스는 빛났고, 금만큼 값진 은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상화는 최상의 경기를 펼쳤지만, 고다이라 나오가 이날 좀 더 잘했을 뿐이다. 고다이라 나오는 일본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로 기록됐다.

이상화는 레이스 후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다가 고다이라 나오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 축하'위로하는 장면을 연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시상대에 올라선 이상화는 언제 울었느냐는 듯 웃음을 보였고, 손을 흔들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얼굴에 묻어나는 아쉬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상화는 경기 후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이런 환호를 받는다는 게 새롭고 적응이 되지 않았다"면서 "재미있긴 했는데 결과는 아쉽다"고 말했다. 또 "초반 100m에서 제가 빠르다는 걸 저도 느꼈다. 너무 빨라서, 그런 속도를 오랜만에 느껴봐서 너무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이제 다 끝났으니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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