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창 대신 감봉? 군생활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실될까?

입력 2018-02-18 02:01:23

영화 속 군대 영창. 영화
영화 속 군대 영창. 영화 '미운 오리새끼'(2012, 곽경택)

국방부가 병사들의 징계 유형 중 하나인 '영창'을 폐지하는 대신 '감봉'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창 폐지 대신 감봉 도입, "금전적 손실이 징계 효과"

국방부 한 관계자는 17일 "영창 폐지의 대안으로 감봉을 병사 징계 제도에 넣는 방안을 군 사법개혁안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꾸준히 월급이 증가한 병사들이 올해부터 더욱 인상된 월급을 받게 되는 만큼, 1개월 내지는 2개월 정도의 감봉 처분을 받을 경우 높은 금전적 손실을 입게 돼 징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영창 처분은 구속영장 없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인권침해'라는 여론을 의식, 군 사법개혁안의 하나로 영창을 폐지키로 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신 감봉을 포함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병사에 대한 징계는 1계급 강등부터, 영창(15일 이내), 휴가제한(15일 이내), 근신(15일 이내)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영창을 없애고 감봉을 넣는다는 것.

매년 가혹행위 등 병영악습을 저질러 영창 처분을 받는 병사는 1만명가량이다.

◆가난한 병사 대 부자 병사 구도 심화, "괴리감 커질 것"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군필자들은 '효과 없음' 내지는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김모(30) 씨는 "집에 돈이 많아 부모로부터 넉넉히 용돈을 받을 수 있는 병사는 단돈 수십만원 감봉 때문에 '꼴통짓'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병사 월급은 병장 21만 6000원, 상병 19만 5000원, 일병 17만 6400원, 이병 16만 3000원이다. 정부는 올해 87.8%의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병장은 40만 5700원, 상병은 36만 6200원, 일병은 33만 1300원, 이병은 30만 6100원으로 각각 월급이 인상된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인상률로만 보면 엄청난 인상이다. 하지만 결국 인상 전이나 인상 후나 대학생 시절에 매달 쓰던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두 달 감봉을 받으면 아깝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군생활에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결국 가난한 병사 대 부자 병사의 구도가 계급 체계를 어지럽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모(35) 씨는 "군대 시절 용돈을 많이 받는 한 부잣집 상병이 자주 간식을 쏘며 병장들에게 잘 보여 거의 구워삶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선임이라도 후임으로부터 뭘 얻어먹거나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으면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군대 안에서도 계급만큼 돈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감봉이 제도화되면 가난한 병사와 부자 병사의 구도는 어떻게든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군대 안 돈의 가치, 역할, 기능 같은 게 좀 더 강화되는 것이다. 그러니 돈만 믿고 감봉 정도 수준의 병영악습은 대놓고 저지르는 병사도 분명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모(33) 씨는 "군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잘못을 저지르거나,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의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조금 억울하지만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단체 생활을 하는 만큼, 과실이나 책임이 단체로 묶이는 일도 다반사"라며 "그렇게 해서 만약 감봉 처분을 2개월 받았다고 치자. 가난한 병사는 2개월 동안 돈이 없어 급하게 생필품이 필요한 경우에도 사지 못하고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부자 병사는 집에서 받는 용돈으로 변함없이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하나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두 병사 사이에 만들어지는 괴리감이 가난한 병사에게는 박탈감과 죄의식을, 부자 병사에게는 오히려 뻔뻔함과 오만을 부여할 수 있다"며 "징계가 징계가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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