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판결 받은 투표의 비등가성
거대양당 대의 왜곡 기득권 정치
다양한 국민 목소리 국정에 반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나서길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여 바른미래당이 출범했다. 원내 제3당과 제4당이 합당해서 원내 제3당이 되었기 때문에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 볼 수는 없지만, 영호남 통합정당 그리고 중도정당의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볼 수는 있겠다. 국가도 그렇지만 군소정당이 생존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합종연횡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겠다.
바른미래당이 국회의원 30명으로 한국정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합종책이나 연횡책을 쓸 수밖에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력하여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연횡책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협력하여 여당을 견제하면서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합종책이다. 이미 통합과정에서 지상욱 의원이 당의 강령에 '진보'라는 용어를 쓸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했던 것도 합종연횡을 염두에 둔 행보였듯이 이를 둘러싼 당내 진통이 예견된다.
연횡론을 선택할 경우 바른미래당은 여당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정책실천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여당이 법안 통과를 위한 일차적 연대의 대상으로 바른미래당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를 고립시키기 위해 제후국을 연합시킨 합종론의 원조인 소진(蘇秦)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진나라와 협력하여 이웃 국가를 공략하려는 조나라 왕에게 후방에 대한 염려가 없어지면 진나라는 곧바로 조나라를 공격할 것이라는 논리를 설파했는데, 바른미래당이 민주당과 협력할 경우 제1야당인 한국당에 돌려지는 정책실패의 화살을 일차적으로 맞을 수도 있다.
반대로 바른미래당이 합종론을 선택할 경우 여당의 정치적 운신 폭이 좁아질 것이고 야권연대를 통해 정책과 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겠다. 연대의 범위가 넓어지면 정책 주도권까지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횡론을 제창한 장의(張儀)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대국과 싸워 세 번을 승리한 노나라가 결국 망하고 말았다는 사례를 들어 합종의 중심 국가였던 제나라를 설득하여 진나라 패권에 일조하게 했는데, 약소국이 합종의 소모전을 감당할 수 없듯이 바른미래당도 여당과 무리한 경쟁을 계속할 경우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바른미래당은 독자적으로 유의미한 정치행위를 할 수도 없고 합종연횡책에도 위험요소가 많아 쉽게 결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미래당의 창당은 거대 양당과 차별되는 제3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바른미래당은 전국적 지명도를 갖는 대통령 후보를 2명이나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대안으로서 부각할 수 있으며 그 중도통합의 이미지가 양대 정당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의의 왜곡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까지 받은 현행 선거법에 따른 투표의 비등가성이 일차적인 제도적 원인이다. 선거에서 거주지역에 따라 한 표가 갖는 의미가 다르다면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양당제로 인해 거대 정당이 국민의 지지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대 양당은 그때그때 당명만 바꾼 채 국민의 뜻이 아니라 기득권의 힘으로 국정을 좌우하고 국민들은 자의적인 정치에 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
'대의의 왜곡'을 야기하는 원인은 헌법에도 있겠지만 선거법이 더 직접적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뒤베르제(Maurice Duverger)가 법칙으로서 강조했듯이 지역구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강요한다. 따라서 현행 선거법을 개정함으로써 대의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다. 바른미래당이 거대 정당 중의 하나를 대체하는 것은 한국정치의 발전이 아니다. 바른미래당을 비롯하여 다양한 여러 정당이 국민의 뜻을 다각적으로 대변하고 이를 통합하여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정치발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바른미래당은 합종연횡을 모색하기 이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현에 그 존망을 걸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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