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강의 LIKE A MOVIE] 장르 푸짐하네 골라보는 재미

입력 2018-02-15 00:05:00

이번 설 연휴 극장가는 여느 때보다도 풍성하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가 모두 한 편씩 대작을 내놓았고,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시리즈까지 가세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양새도 다양하다. 범죄 드라마, 코미디, 애니메이션, 히어로 액션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설 연휴, 아쉽지 않은 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영화를 봐야 할까.

# 코믹수사극-조선명탐정3: 흡혈괴마의 비밀

믿고 보는 설 연휴 대표 시리즈

두 시간 내내 웃고 싶다면 강추!

조선명탐정3는 괴마의 출몰과 함께 시작된 연쇄 예고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기억을 잃은 여인 월영(김지원)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코믹 수사극이다. 매년 설에 개봉해 300만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뒀던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이미 믿고 보는 우리 영화가 되었다. 이번에는 흡혈귀라는 소재를 더해 신선함을 더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높아지며 기존 1편과 2편보다 추리의 재미는 다소 낮아졌지만 오락 영화의 장르적인 성격, 또한 전 연령대를 상대로 한 설 연휴 대표 영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돌아왔다는 평이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연기는 언제나 그래 왔듯 훌륭하고 이 작품의 히든카드라는 김지원은 연륜 있는 두 배우 사이에서도 기울지 않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조선명탐정은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시리즈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고, 8년을 이어온 시리즈의 고유한 코드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다. 호불호를 떠나 절대 지겨울 리 없는 영화로 두 시간 동안 생각 없이 웃고 싶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면 된다.

# 액션-블랙 팬서

마블 스튜디오 새 히어로 활약

왕좌 노리는 숙적들 음모 맞서

최고 기대작은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액션 영화 '블랙 팬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첫선을 보여 화제를 모은 블랙 팬서의 솔로 무비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블랙 팬서'는 아프리카의 최빈국으로 알려진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가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최강 희귀금속 '비브라늄'과 왕좌를 노리는 숙적들의 음모를 막아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블랙 팬서는 아이언맨을 능가하는 재력과 캡틴 아메리카에 필적하는 신체 능력을 가진 액션 히어로지만 기대와는 달리 영화에서 액션 비중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영화는 흑인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우고 여기에 아프리카의 정서, 그리고 부산 광안리, 자갈치시장과 같은 장면을 더하여 이색적인 매력으로 기존 히어로 액션물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이념 대결로서의 구도, 흑인 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과 말콤 엑스를 떠오르게 하는 대립 관계와 같은 서사 구조를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롭다.

# 애니-패딩턴2

英 국민동화 '패딩턴 베어' 원작

삭막한 세상살이 따뜻한 위로

어린이와 함께 보는 영화라면 '패딩턴2'가 딱이다. 패딩턴은 영국의 국민 동화 '패딩턴 베어'를 토대로 만든 코미디 영화로 전편보다 한층 풍성해진 에피소드와 뛰어난 시각적 아이디어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1편에서 런던의 한 가정에 정착한 곰돌이 패딩턴(벤 위쇼)은 루시 숙모의 100번째 생일 선물로 팝업북을 사기 위해 알바를 시작한다. 패딩턴은 창문을 닦으며 착실하게 돈을 모으지만 팝업북에 숨겨진 보석을 노린 이웃의 계략에 의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만다. 감옥에서도 패딩턴의 선량함과 용기는 통하였고, 무모하리만큼 긍정적인 패딩턴의 진심은 살벌한 재소자들도 변화시킨다.

실물처럼 구현된 패딩턴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 다양한 감정의 폭을 표현하고, 눈빛은 뭇 사람들을 마음 약하게 사르르 녹여버린다. 짧은 팔과 다리, 통통한 엉덩이, 순하게 처진 눈매에 촉촉이 젖어 있는 콧방울. 외모 매력만으로도 압도적인 패딩턴은 마음씨까지도 완벽하다. 인간보다 인간미 넘치는 패딩턴은 존재 자체만으로 이 삭막한 세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위안을 준다.

#팩션사극-흥부

조선 팔도가 다 아는 천재작가

故 김주혁이 남긴 마지막 유작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 작가 흥부가 남보다도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팩션 사극 영화다. '흥부'는 흥부전의 작가가 흥부(정우)라는 설정을 갖고 조선 헌종 14년, 양반들의 권력 다툼에 백성들이 피폐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글로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한 흥부는 조선의 최고 작가로 자리 잡게 되고, 어느 날 친구 김삿갓(정상훈)에게 놀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조혁(김주혁)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한편 백성을 생각하는 동생 조혁과 달리 권세에 눈이 먼 형 조항리의 야욕을 목격한 흥부는 전혀 다른 이 형제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는다. 그렇게 탄생한 '흥부전'은 조선 전역에 퍼져 나가고 조항리의 음모로 이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 영화에는 많은 관객이 기대하는 고 김주혁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김주혁은 연륜에서 묻어나는 정감 있는 연기와 무게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줬고, 그만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연기는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다.

# 범죄드라마-골든슬럼버

강동원 소탈한 매력 안구 정화

스릴 우정 사랑 '종합감동세트'

강동원이 택배기사를 하면 과연 설득력 있을까? 영화 '골든슬럼버'를 만든 노동석 감독은 바로 이 부분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우월한 '기럭지'에 타고난 자연미남으로 강동원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소탈한 차림을 한 강동원은 매력적이긴 하나 이질감 없이 역을 소화했다.

택배기사 건우(강동원)는 성실하고 거절을 못할 정도로 착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는 톱스타가 납치될 뻔한 순간 범인을 잡으면서 모범시민으로 선정되어 유명세를 타게 된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 무열(윤계상)이 8년 만에 만나자며 접근하는데 의심 없이 나섰다가 건우는 유력 대선후보가 폭탄 테러로 암살당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순식간에 용의자로 몰린 건우는 국가 기관의 추격을 피해 필사의 도주를 벌이며 사건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된다. '골든슬럼버'는 박진감 넘치는 추격극에 우정, 애틋한 사랑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영화다. 평범하다 못해 지질한 강동원은 의외로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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