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해야"

입력 2018-02-13 00:05:00

법제처 실명제 이후 계좌 유권해석…1001개 해당, 실제 징수 어려울 듯

법제처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12일 해석했다. 이날 법제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1천21개 중 금융실명제 시행(1993년) 이전 개설했다가 실명제 이후 타인(삼성 임원) 명의로 '실명' 전환된 20개에 대해 '과징금 징수 대상'이란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실명제 이후 개설된 나머지 차명계좌 1천1개에 대해서도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법제처는 금융실명제 이전 만들어진 차명계좌와 관련, 실명제 시행 이후 타인 명의로 실명 전환됐더라도 금융실명법이 시행된 1997년 12월 31일 이후 차명계좌의 자금 출연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엔 과징금 징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타인 명의로 실명 전환된 이 회장의 20개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인지 판단해 달라는 금융위의 법령해석 요청에 따른 법제처의 답이다.

금융거래 때 실지명의(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의 이름)로 거래하도록 한 금융실명제는 1993년 8월 12일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가명 등 비실명으로 은행 계좌를 튼 경우 두 달가량 기간을 줘 실명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은행에 가 신분증을 제시해 확인을 거치면 은행이 실명으로 된 계좌를 다시 발급해주는 식이었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땐 해당 자산의 60%(현재는 50%)를 과징금으로 물리기로 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모두 4조5천억원 규모다.

문제가 된 차명계좌 1천21개 중 20개는 실명제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1천1개는 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것이다. 현행법상 차명계좌 1천1개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규정이 없어 징수가 어렵다. 이번에 법제처가 과징금 대상이라고 해석한 건 실명제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20개의 차명계좌다. 금융위는 이 20개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비록 돈의 주인인 이 회장 명의로 전환된 건 아니지만 타인의 신분증 확인을 거친 계좌인 만큼 과징금을 물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많은 이들이 차명계좌 자체가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현 금융실명제는 사실상 차명계좌를 허용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해당 계좌들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되는 1993년 8월 12일 당시의 계좌 잔액 정보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12일 금융당국과 법제처,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993년 8월 12일 이전에 만들어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잔액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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