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행복 100세] ⑥ 성장하는 실버산업

입력 2018-02-09 00:05:01

"실례했어요" 보호자에 알리는 기저귀, 70세 대상 보험 상품

제1회 대구 시니어산업 박람회가 지난해 10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박람회를 찾은 노인들이 뇌파 측정을 통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기계를 체험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제1회 대구 시니어산업 박람회가 지난해 10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박람회를 찾은 노인들이 뇌파 측정을 통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기계를 체험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시니어산업 박람회.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시니어산업 박람회.

고령화시대 블루오션으로 부상

요양'의약품 등 9개 산업

2020년 124조 규모 전망

식품 주거 여가산업 주목

금융 보험 분야 중요성 커져

대구도 실버산업 선점 노력

市 첨복단지 조성 기업 지원

실버 의료산업 육성 집중

IT 접목 스마트 기저귀 개발 등

실버고객 겨냥 창업기업 등장

고령사회는 새로운 시장을 낳고 있다. 노인의 필요에 맞춘 각종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노인이라는 특정 계층이 소비자가 되는 실버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의료 분야는 물론 미용, 식품, 금융, 요양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실버산업은 대기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틈새시장이어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중소기업이 도전하고 있다.

◆실버산업에 뛰어든 창업기업

지역에도 노인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창업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 ㈜알파메틱은 요실금 치료 의료기기를 개발해 시장에 진출했다. 직원 8명의 작은 회사지만 성장세가 무섭다. 2012년 창업하고 나서 매출액이 2013년 5천100만원에서 시작해 다음해 2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2015년 9억원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42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연매출 300% 이상 성장률을 달성한 셈이다.

이 같은 성공은 수요에 맞춘 제품 덕분이다. 기존 요실금 치료기기는 인체 삽입 방식인 데 비해 알파메틱의 '이지케이'는 체외형 기기로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골반 근육에 최적의 전기자극을 줘 수축과 이완을 유도한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2016년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특허청장상을 받았다.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에서도 특허 등록을 마쳤다. 배우 김상중을 전속모델로 두고 판매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통계청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40%가 요실금을 경험했고, 관련 환자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7년 창업한 달서구의 아이티헬스는 스마트 기저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 참가해 제품을 알렸다. 제품에 감지기를 연결하면 스마트폰 앱으로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센서가 대'소변을 감지하면 보호자에게 환자의 기저귀가 젖었다는 메시지를 전송한다. 이 같은 정보들이 축적되면 이를 활용해 대소변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매출 2억원으로 초기 성장 단계이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노후자금 설계'관리 서비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금융'보험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관련 연구소를 내걸고 노인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강화했다.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은 은퇴연구소를 두고 은퇴 이후 필요한 재산'건강관리 등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있다. NH투자증권도 100세시대연구소를 통해 연금 자산관리와 은퇴설계 컨설팅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0년도 이후 노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됐다. 전용 예금과 연금보험'신탁, 부동산 담보 연금, 장기간병보험, 상속 관련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 은행들은 안정적인 생활자금 조달 상품을 내놓았다. 또 목돈으로 가입하면 가입과 동시에 매달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연금신탁 상품을 판매했다. 부동산자산 보유 비중이 높고 현금자산 보유 비중이 낮은 노인을 대상으로는 부동산을 담보로 노후자금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서비스가 개발됐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이자가 높고 입출금이 자유로워 금리변동에 유리한 머니마켓펀드와 어음관리계좌 등 상품, 자산관리와 상속'증여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보험회사는 질병과 상해 등 건강'간병보험을 내놓았다. 치매나 중풍, 당뇨병,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에 대비한 보험이 핵심이다.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있어 자식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질병을 치료하고 간병을 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노인 이전 세대를 대상으로 노후준비를 위한 생애설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 30대는 재무설계의 기초를 교육받아서 생애주기별로 지출을 관리하는 등 재무목표를 세운다. 40대는 자산관리 방법과 연금소득 구성 등 노후자금 만들기를 배우고, 50대는 자산의 연금화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준비하는 방법을 익힌다. NH투자증권도 노후설계를 지원하고자 '100세 시대 인생대학'과 '100세 시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성장하는 실버산업

실버산업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고령인구 비중이 늘면서 시장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 7% 이상)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노인이 인구의 40%에 이르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5년 62.7세에서 2015년 85.3세로 높아졌고, 2060년에는 88.6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실버산업이 연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요양과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 9개 실버산업의 시장규모가 2010년 33조2천241억원에서 2020년 124조9천825억원으로 약 4배가량 커질 것으로 봤다. 산업별로 보면 의약품산업이 연평균 12.6%의 성장률로 2020년에 9조7천93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기산업도 해마다 12.8% 성장해 2020년에 3조2천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외에 식품산업도 유망한데, 건강기능식품과 특수용도식품, 전통발효식품 등이 주목받고 있다. 고령자 신체 특성을 배려한 제품 시장 전망도 밝다. 치료용품과 안마기, 온열용품, 배변용품, 이동기기, 건축물용 안전장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요양산업과 고령친화적인 주거산업, 여가산업도 새롭게 떠오른다.

대구시는 실버산업 분야 중 의료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구의 의료기업은 모두 205곳으로 전국 4천862곳의 4.2%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의료기기가 168곳으로 대부분이었고, 의약품과 의약외품이 각각 15곳으로 뒤를 이었다. 시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국가 첨단의료 허브로 육성하고, 제품 개발과 제조'인증까지 의료기업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첨단복합의료단지와 의료연구개발특구 내 기업의 2014년 대비 지난해 매출과 고용증가율은 10~40% 수준에 이른다.

#약국+편의점, 간병 로봇

고령사회 선배 일본 통해

한국 미래 먹거리 엿보다

일본은 고령사회를 겪고 있다. 아울러 실버산업도 앞서 성장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부터 예비 노인세대인 50대까지 각각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꽃피우고 있다. 일본을 통해 우리 실버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내놓은 '일본 시니어 비즈니스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장기요양 산업이 급성장했다. 2000년에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한 이후 확대되는 계기를 맞았다. 미즈호 코포레이트은행은 일본의 장기요양 산업이 2015년 9조8천억엔에서 2025년 15조2천억엔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요양원 입소시설뿐만 아니라 통원형 시설, 재택 간병 서비스가 있고, 복지용품 대여와 배식, 생활지원 서비스도 폭넓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민간이 운영하는 유료 요양'양로 겸용 시설은 1998년 288개에서 2013년 8천499개로 증가했다. 전자회사인 파나소닉은 2015년 2개인 요양시설을 2019년 200개로 확대하기로 하고, 장기요양과 관련된 전자제품의 판매를 늘렸다. 손해보험사인 SOMPO 홀딩스도 유료 요양시설 13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체인 이온그룹은 대형마트 안에 재활 중심의 통원형 요양시설을 확충했다.

생활지원 서비스도 뜨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 청소나 장보기, 짐 저리 등의 도움을 준다. 한 대형 유통업체는 고객의 가정을 방문해 가사를 도와주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또 에어컨 청소와 가구 이동, 전등 갈기, 욕실 청소 등이 생활지원을 한 번에 제공하는 사업도 있다.

간병지원 로봇도 탄생했다.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HAL'은 뇌가 신경을 통해 보내는 미세한 생체신호를 포착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돕는 부착형 로봇이다. 노인친화 편의점도 등장했다. 로손은 2015년 고령자케어 시설과 병행한 '헬스케어 로손점'을 열었다. 편의점 업체인 패밀리마트와 약국 체인인 고쿠민 드럭이 협력해 약국+편의점 모델을 만들었다. 나아가 편의점에서 노인이 선호하는 도시락을 개발해 집까지 배달하는 배식 서비스로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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