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입시 반칙에 눈감는 대학들

입력 2018-02-08 00:05:04 수정 2018-05-26 22:24:02

교육부가 2월부터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원 7만6천 명을 대상으로 '교수들의 미성년 자녀 논문저자 끼워넣기' 실태를 추가 조사키로 한 결정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학의 자체 조사와 교수들의 자진 신고에 의존했던 첫 조사에서 드러난 82건이 전부가 아니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애초에 논문저자 끼워넣기는 대학이나 교수들로부터 자진 신고를 받아 마무리할 사안이 아니었다. 신고를 누락한 경우가 여럿 확인됐으며 대학마다 조사 방법의 차이, 방학으로 인한 조사 대상자 부재, 착오 등으로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연구부정 논문이 대입에서 활용된 경우 해당 대학에 입학 취소 등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교육부가 추가로 전수조사를 해도 허점이 많이 남아 있다. 동료 교수의 자녀나 지인, 혹은 유력자의 자녀를 끼워 넣는 행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꼼수는 조사에서 빠져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파헤쳐보면 현재의 적발 사례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추가 조사 이후 논문에 포함된 전체 미성년 공저자 규모를 파악해서 교수와의 관계 또한 확인해야 한다. 논문저자 학생들은 자기소개서 등에 '수준 높은' R&E(과제연구) 활동 내용을 기록하게 되고 대입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인다. 교수의 직계 자녀로만 조사를 한정해서는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의 상실감을 메워주기 어렵다.

'입시 반칙'은 일부 고교의 학생부 기록에서도 교묘하게 숨어 있다. 최근 국공립 대학이 공동으로 주최한 권역별 핵심교사 콘퍼런스에 참가한 교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대학들이 실제 학생부를 보여주고 교사들이 평가하는 연수 시간에 생각지도 못한 기록이 나타났다고 했다. 재학생 학생부에 3학년 2학기 과목의 세부능력 특기사항(세특)이 등장하고, 담임이 예체능 과목 세특란에 상관없는 국어, 수학 등의 내용을 추가로 기재했다. 심지어 교내 대회 이외의 수상 기록을 엄격하게 통제함에도 불구하고 진로 활동에 올림피아드 수상 내용이 버젓이 있었다고 했다. 이쯤 되면 교육 당국이 수도 없이 강조해 온 학생부 기재요령 교육이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학들이 사례로 제시한 학생부가 모두 해당 대학 합격자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재의 수시모집 대입 구조로는 대학이 학생 선발의 절대적 권한을 가진다. 교과 내신과 같은 정량평가 외에 정성적 평가가 중시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교교육 중심의 대입전형이 자리 잡고 교실수업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학종이 분명히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학부모들은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고 부른다.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 대학일수록 이런 느낌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어떻게 합격했는지, 왜 떨어졌는지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정성평가는 수험생과 대학(평가자)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학생부 편법, 논문 끼워넣기 같은 꼼수가 횡행하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대학이 규정된 기재요령에서 벗어난 학생부를 모두 탈락시키지 않는 한 고교에서 꼼수와 편법이 확산될 것이다. 기재할 수 없는 외부대회 실적 등을 기록한 학생부를 우선 대교협에 송부하고, 이후 감사에 대비해서 내용을 지운다고 한다. 이러한 '신기술'이 대학에서 통한다는 사실이 대입 불신을 부채질한다. 대학은 학생부 기재가 고교의 책임이기 때문에 학생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순진하게 규정을 지킨 학교(학생)만 바보가 된다. 공정한 경쟁의 출발이 무너진다.

오는 8월에 확정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와 관련해서 논의가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입시제도 개편 방향을 '단순'과 '공정'이라고 제시했다. 제도로서의 공정뿐만 아니라 적용에서도 반칙에 눈감지 않아야 한다. 교육부 또한 반칙을 대입에 활용하고 이를 모른 척하는 대학을 모른 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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