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용품 매출 반토막, 선물세트 판매 포기하기도
설 명절을 1주일여 앞두고 대구시내 전통시장들이 꽁꽁 얼어붙었다. 강력한 한파 속에 불경기가 계속되고 물가마저 폭등하면서 '명절 특수'가 사라진 탓이다. 상인들은 '설 대목'은커녕 사람 구경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의 상한액이 오르면서 매출이 부쩍 늘었다.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어요"
6일 오전 찾은 대구 북구 팔달신시장. 시장 안은 설 대목이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차례용품과 선물 준비로 북적거릴 시기지만 오가는 손님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상인들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난로에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손님 없는 시장골목에는 '혼수용'제수용 선물박스 배달합니다'라는 현수막만 펄럭였다. 과일 상인들은 영하 10℃까지 떨어진 날씨에 과일이 얼지 않도록 판매대를 이불로 덮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오명자(76) 씨는 "정오가 되도록 개시도 못 했다"고 한숨지었다. 칼국수로 허기를 달래던 오 씨는 때마침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오 씨는 "사람 구경하기 정말 어렵다. 날씨도 춥고 장사도 안 되니 명절을 앞두고도 가게를 열지 않은 상인도 여럿 된다"고 했다.
차례용품 판매 상인들도 사라진 '대목'에 울상을 지었다. 수산물 상인 안순옥(50) 씨는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차례상에 올리는 돔배기, 조기, 문어는 잘 팔렸는데, 올해 매출은 지난해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도 몸살을 앓고 있었다. 건어물 가게를 하는 공영희(56) 씨는 "지난해 설 명절보다 매출이 90% 줄었다. 워낙 춥다 보니 손님들도 전부 대형마트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과일상인 이종수(45) 씨는 선물세트 판매를 아예 포기했다. 이 씨는 "날씨 탓에 귤, 딸기 등 값이 크게 올랐다. 그래도 명절인데 구색이라도 갖추려다가 팔리지 않을 게 뻔해 선물세트를 들여놓지 않았다"고 했다.
◆치솟는 물가에 "장보기 무서워"
시장을 찾은 이용객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문시장을 찾은 이향숙(60) 씨는 국거리용 소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만6천원어치를 1만원에 준다"는 상인의 말에도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다. 이 씨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해서 추운 날씨에 시장을 찾았지만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수입은 별 차이가 없는데 물가만 줄줄이 오르니 답답하다"고 했다.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이정미(43) 씨는 "10만원 안에서 딱 필요한 물건만 사려고 해도 채소와 고기, 해산물 할 것 없이 다 비싸서 뭘 담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찬바람이 부는 전통시장과 달리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설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특히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인상되면서 선물세트 판매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대구권 8개 점포의 설 선물세트 사전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7% 높아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5~10만원대 청탁금지법 개정 구간 매출이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고 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상인점'포항점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설 선물세트 본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22%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개정에 따라 농축수산물 판매 실적이 두드러진다. 축산 선물세트 판매실적은 최대 50%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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