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관련 대표로 있으면 종종 언론매체와 인터뷰할 일이 있다. 많은 질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대구라는 문화 불모지에서 활동 중인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는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질문 속에 답을 강요한다. 대구는 문화의 불모지가 사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기대와는 다른 대답을 하게 된다. 대구가 문화의 불모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는 문화의 생산과 소비 자립도가 서울을 제외한 어떤 도시보다도 높다.
먼저 생산 자립도에 대해 말하자면 짧은 시간에 대구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두 개의 문화관광 상품을 만들어 냈다. 근대골목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다. 이 두 곳 모두 지역의 예술가들과 정책가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 김광석의 스토리를 만들고 과감히 실행한 결과물들이다. 지역의 유물, 건축물에만 기대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회의하고 토의해서 만들어낸 문화기획 관광상품인 것이다.
또, 대구는 페스티벌의 도시이다. 음악 관련 페스티벌만 추려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국제재즈페스티벌, 청춘힙합페스티벌, 대구포크페스티벌 등이 있다. 이뿐 아니라 공연장 수도 많다. 먼저 한국 유일의 오페라 전용극장이 대구에 있다. 이 페스티벌과 공연장들은 많은 공연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외부에서 사오는 것도 많지만 필수적으로 지역의 공연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이 부분에서 지역의 예술가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대구가 생산 자립도가 높은 첫 번째 근거는 대구와 인근(경산'칠곡)에 예술 관련 학과가 많고, 졸업한 인재들이 대구의 예술계에 유입되어서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소비 자립도, 즉 티켓을 사는 관객의 힘에 대해 살펴보자. 한 예로 2009년 오케스트라와 합창 음반을 준비하면서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을 그해 매번 관람한 적이 있었다. 티켓의 가격은 5천원 정도였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했었는데, 관객은 반 이상 든 적이 거의 없었고 표를 사고도 오지 않는 '노쇼'(No Show)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공연 티켓은 3만원 정도로 올랐으며,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매진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지난해 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11회를 맞이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티켓 판매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대학 예술학과 학생들의 개인 레슨과 예술동호회 활동도 활발하다. 악기를 배우면서 연주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공연의 즐거움을 맛본 사람이 주축이 된 예술동호회가 예술문화 소비의 단단한 지층을 만들어주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2018년 대구는 분명 문화 부흥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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