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돈 선거

입력 2018-02-06 00:05:00 수정 2018-10-12 09:47:36

"아직도 돈 선거를?"

믿기지 않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대도시를 벗어나 소도시'농어촌으로 가면 선거에 엄청난 돈이 오간다. 가끔씩 등장하는 걸출한 후보는 예외이겠지만, 평범한 후보라면 돈 보따리를 준비하지 않고는 선거에 나설 생각을 말아야 한다.

혹자는 '1950, 60년대도 아니고 무슨 망발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실제 그런 걸 어쩌겠는가. 군수 도전에 나섰다가 돈 문제로 포기한 인사의 얘기다. "면(面) 단위마다 여성'청년'직능 등 책임자 서너 명을 뒀는데, 선거운동원 한 명이 10명의 유권자를 데리고 일주일에 서너 차례 식사 자리를 가지면 얼마나 들까요?"

운동원 3명×유권자 10명×주 3회×식사대 1만원=90만원이라고 치자. 면(面)의 개수가 20개 가까이 되니 일주일에 2천만원이 들어간다. 운동원의 활동비 따위는 포함되지 않았고, 후보 본인이 전혀 돈을 쓰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의 최소 가격이다. 그것도 선거 1, 2개월 전의 상황이 아니라 7, 8개월 전의 상황이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 군수 선거에 나가려면 최소 10억원 정도 쓰지 않고는 어렵다.

왜 이런 금권선거가 판을 칠까? 이유는 돈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문우답' 같지만, 농어촌 지역은 금품 수수가 습관화되어 있고, 유권자들이 '돈맛'에 길들여져 있다. 벌금으로 50배를 문다고 해도 운 나쁜 사람들의 얘기라고 못 들은 척할 뿐이다. 상당수가 노인 계층이어서 한 마을이 벌금 폭탄으로 쑥대밭이 되기 전에는 고칠 생각이 없다.

주범은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다. 1990년대 들어 농어촌에서 금권선거가 사라지는가 싶더니만, 농수축협 선거가 금권선거로 전락하면서 모든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 5일 자 본지 10면 기사에 나오는 안동 지역 농협조합장 사례처럼 선거 때 대의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네는 것은 관행(?)일 뿐이다. 농수축협에는 툭하면 비리가 적발되는데, 근본 이유는 선거 때 쓴 돈을 뽑기 위해서다.

돈 많이 쓴 당선자는 무엇을 할까? 열에 아홉은 본전을 찾으려고 덤벼든다. 일부 시군에 '사무관 승진에 5천만원, 6급 승진 3천만원' 얘기가 끊임없이 나도는 것은 본전 심리 때문이다. 큰 공사에 업자 선정을 놓고 구설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유권자의 나쁜 습관이 조직'지역, 나아가 나라를 망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에도 돈은 계속 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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