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미래 위해 원전 수출에 국론 모을 때

입력 2018-02-06 00:05:00 수정 2018-10-10 14:51:36

서울대 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NUTRECK) 소장, 국제원자력인프라개발협회 회장, 한국하이브리드원전개발추진단 단장, 원자력안전규제기술기준 기계재료분과위원장
서울대 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NUTRECK) 소장, 국제원자력인프라개발협회 회장, 한국하이브리드원전개발추진단 단장, 원자력안전규제기술기준 기계재료분과위원장

UAE 수출 원전 1호기 완공 눈앞에

인력체계 미비로 운영 허가 미뤄져

美日佛中도 중동 원전 수주 각축전

사우디 진출 위해 정책 신뢰 높여야

우리의 주력 산업이었던 철강, 조선, 중화학 공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금 맹활약 중인 자동차, 가전, 반도체 산업조차도 앞길이 평탄치 못하다고 한다. 부존자원도 변변치 않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미래 먹거리를 수출 경쟁력으로 해결해야만 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미 무역에서는 전례 없는 견제가 날아오고 있다.

이처럼 궂은 날을 위해 우리가 오래 준비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원자력산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원자력은 저탄소, 저비용 고부가가치 에너지일 뿐 아니라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갈구하는 방대한 신흥국 시장을 갖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원전 수출을 둘러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긴장과 여야의 갈등은 UAE의 칼둔 행정청장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수출에 손을 잡기로 함에 따라 해피엔딩으로 가는 듯하다. 우리가 수출한 대형 원전인 APR 1400은 UAE를 통해 중동에서 안전에 대한 기술은 물론 사업관리 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원자력 산업의 성공 비결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빈국이라는 사실과 높은 교육열에서 찾을 수 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두뇌에서 캐내는 에너지 산업을 키워온 덕분에 원전 설계, 부품 생산, 건설 및 운영이라는 방대한 기술과 고급 인력 모두를 우리 기업들이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의 일사불란한 사업관리가 더해져 거대한 원자력 산업의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완성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한국의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스마트(SMART) 소형 원전도 관심을 갖고 건설을 위한 사전 타당성 평가에 열심이다. 요르단 정부엔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여 지난해 우리 기술로 첫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하였다. 우리는 이미 원자력으로 중동의 일반 건설 시장을 최고 품질을 요하는 고부가가치의 수출 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러한 중동의 원전 수출로 우리 산업은 재도약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환경론자들의 탈원전 도그마 속에서 우리 정부가 원전 수출에 진력하기로 전향한 것은 그래서 큰 다행이다. 그러나 약 8년 전 UAE 원전의 수출 성공으로 사기충천하였던 우리 원전 산업의 주역들이 그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대혼란에 빠져 있어 전열을 가다듬는 일이 시급하다.

UAE 원전 1호기는 완공을 눈앞에 두고도 운영할 인력체계가 미비하여 운영 허가가 미루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전 수출을 바란다면 정부가 먼저 할 일은 국내 원전 산업계의 수출 정책에 확고한 신뢰를 심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산업계가 UAE 원전 1호기의 준공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곧 UAE가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원전 시장은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그리고 중국까지 나서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다. 이 대열에서 단합된 수출체제를 갖춘 우리나라가 UAE와 손을 잡으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그러므로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정부가 국론 수렴에도 과감히 나서야 할 때다.

최소 60년의 운영 수명을 갖는 원전 APR 1400의 수출은 건설과 폐로를 포함하여 백 년을 기약해야 한다. 그러므로 원전 수출 정책을 뒷받침할 원자력 산업 백년대계를 제시하는 일이 산업계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원전 수출의 성공을 위한 전열을 다지는 첩경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미래 세대들을 대거 참여시켜 원전 수출을 위한 국론 통합을 시작하자. 초기에 원전을 반대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나중에 과감히 입장을 선회하였다.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합니다. 도심지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되새기며 원전 안전의 고삐를 죄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국론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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