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나야 나] 쇼트트랙 쌍두마차 황대현·임효준

입력 2018-02-05 18:01:02

고교생 에이스와 노련한 오뚝이

황대헌(19)의 등장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노(No) 메달' 한풀이를 노리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에 찾아온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였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내며 단숨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무서운 고교생' 황대헌은 이번 시즌 임효준(22)과 더불어 남자 쇼트트랙의 새로운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둔 황대헌이 처음 스케이트를 접한 것은 5살 때였다. 워낙 활동적이었던 성격 탓에 처음부터 스케이트 재미에 푹 빠졌고, 곧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나의 꿈'을 그려오라는 숙제에서 "나의 꿈:숏트랙(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라고 쓸 정도로 일찌감치 의욕을 불태웠다.

7살 황대헌의 당찬 포부가 실현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6년이었다. 이미 주니어 대표로 동계유스올림픽과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황대헌은 2016-2017시즌 ISU 월드컵 시리즈를 앞두고 발표된 국가대표 명단에 막차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힘겹게 얻은 귀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월드컵 1,000m 준준결승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1분 20초 875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6차 대회에선 1,000m 금메달을 차지했다.

가능성을 증명한 황대헌은 지난해 4월 대표 선발전에서 임효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대체선수'나 '후보선수'가 아닌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황대헌은 쏟아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채 이번 시즌 네 차례의 월드컵에서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1,500m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섰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 결승이 치러지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황대헌은 한국에 가장 먼저 메달을 안겨줄 선수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임효준(22)은 최고의 기량과 재능을 갖췄지만 중요한 시기마다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고막이 터져 수술을 받게 된 후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임효준은 초등학교 4학년 때 2살 위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번번이 부상에 무릎을 꿇었다. 처음 몸이 상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정강이뼈가 부러져 1년 반 동안 아이스링크를 떠났다. 성장해야 할 시기를 놓쳤지만, 임효준은 쇼트트랙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복귀 후 국내 쇼트트랙 중등부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다시 정상에 서는 듯했다. 그러나 고교 때 발목이 심하게 돌아가 다시 6개월을 허송세월했다. 이후에도 발목 인대가 끊어지고 손목이 부러지는 등 좌절과 재기를 반복했다. 그는 무려 7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는데, 매번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도전했다.

임효준은 지난해 4월 평창동계올림픽 선발전에서 이정수, 박세영 등 기존의 쇼트트랙 간판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임효준은 승승장구했고, 지난해 10월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남자 1,000m와 1,500m를 석권하는 등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단숨에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임효준은 또다시 부상으로 무너졌고,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열린 4차 대회를 통해서야 복귀했다. 임효준의 허리 상태는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다. 그러나 임효준은 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부상을 극복하고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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