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북구 무태조야동 고압송전선 지중화 사업을 둘러싸고 주민 원성을 자초했다. 주민이 나서 10년 넘게 한국전력과 줄다리기 끝에 1.5㎞에 이르는 154㎸ 규모의 고압송전선 지중화 사업비 100억원을 확보했는데도 정작 대구시의 후속 행정은 1년 가까이 오리무중이 되면서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는 지난해 3월 민원 접수 이후 제때 담당 부서가 정해지지 않은 데 따른 일로, 대구시 민원 행정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좋은 사례이다.
지중화 사업 추진은 2003년 고압송전선 인근에 993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유해성 논란으로 촉발됐다. 2005년부터 시작된 사업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한전의 사업비 부담과 지중화 구간 토지 소유주 동의 문제 때문이었다. 다행히 2016년 한전이 100억원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약속하고 지주 동의로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주민들이 인내하며 한전과 협상을 거듭한 결과였다.
문제는 인허가권자인 대구시였다. 지난해 3월 한전은 대구시를 찾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설명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후 시의 행보는 따질 만하다. 당시 해당 부서를 분명히 하지 않았고 9개월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었다. 한전 등이 지난해 12월 대구시를 되찾았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민원이 실종된 셈이다. 담당 부서를 정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흔히 골치 아픈 민원을 떠넘기곤 하는 우리 공직사회 폐해의 한 모습이다.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처럼 했다. 잇따른 민원에 대구시는 지난달 들어서야 겨우 담당 부서를 정했으니 주민 불만은 당연하다.
이번 일은 현장 민원을 챙기는 대구시의 행정이 시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현주소를 보여준 사례가 되고도 남는다. 2014년 부임 이후 현장 행정을 강조하고 '오로지 시민 행복'을 새롭게 내세운 권영진 시장의 구호가 헛것이 됐다. 또 민원 담당 부서를 둘러싸고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여실했다. 대구시의 이런 어설픈 행정은 늘 되풀이될 수 있다. 이번 일로 부서 간 민원 업무의 보다 명확한 구분과 함께 지난 9개월 동안 허송한 까닭을 철저히 따져 재발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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