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길고양이가 준 메시지

입력 2018-02-02 00:05:01 수정 2018-10-17 13:04:32

하루를 보내다 보면 간혹 무기력할 때가 있습니다. 삶에 의욕이 없어지고,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이 점점 사라지고는 합니다. 그럼에도 일상은 일상대로 바쁘게 보냅니다. 연극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날은 당혹감을 받곤 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이상은 언제 있었던 것인지, 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는지 잊어버리곤 합니다. 마치, '불안'이라는 침묵이 온몸을 감싸는 상태라 할까요. 그럴 때면 저는 산책을 나가고는 합니다. 그다지 이로움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대충 옷을 걸쳐 입고 거리를 누빕니다. 길가에서 들리는 소리들, 느리게 흐르는 건반 소리, 대중음악 소리, 자동차 배기통에서 나는 소리 따위가 한눈을 팔게 해줍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돌아다니다 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나의 연극실험실 '노아'로 돌아오면서 잠깐 생각에 잠겨 봅니다. '나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얼 향해 살아가는 걸까'. 아무리 생각을 쥐어짜내도 항상 답은 별 소득 없이 막을 내립니다. 우리는 왜 이리도 자주 열 수 없는 문 앞에 서게 될까요. 만약 신이 있다면, 그들은 내게 어떤 답을 주기 위해서 이런 상황을 주는 걸까요.

저는 길고양이를 보면 약간 힌트를 얻습니다. 길고양이들은 목적도 이유도 없이 생존본능만 가진 채 거리를 배회합니다. 그들에게 욕심이라 한다면 당장 오늘을 살기 위한 약간의 먹거리나 보금자리 정도죠. 고양이는 문을 찾거나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늘을 보내면, 내일을 살고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생각보다 별것 아닌 것에 천착해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 때로는 특별한 목적 없이 보내는 것이 이로울 수 있다."

제게 그들은 새로운 거울 역할을 해줬습니다. 가끔은 길고양이처럼 살아보자. 생각이 많아지면 되레 죄의식이 생기고, 불안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멀어져 그들의 살 냄새 또한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으니까. 저는 인생에서 외롭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고 보니 외로움은 나의 주변에 있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장 콕토의 말처럼, '외로움을 가진 인간은 무서운 아이들'이 됩니다. 주위에 저와 시간을 공유할 이가 없다면 우리는 금방이라도 고꾸라져버리고 말 것입니다. 삶이라는 것 자체는 유한하지만 삶의 의미는 무한하기에 저는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나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흘러서 지금의 세계를 물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을 찾고, 권력에 저항하고, 약자에 연민을 드리우며, 위선을 뿌리쳐 진실의 문을 향해 발을 뻗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며 살고 싶습니다. 나 자신을 믿으며 나와 함께하는 분을 믿으세요. 결코, 오늘의 무기력이 내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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