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잇단 악재 뒤숭숭…조직 문화 변해야 산다

입력 2018-02-01 00:05:00

개혁은 검찰 힘 빼기? 검경 수사론 조정 문제 불만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개혁"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여검사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여검사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뒤숭숭한데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 폭로, 정승면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의 극단적 선택 시도 등 안팎으로 악재가 이어지는 탓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수직적이며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가 검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속으로 화 삭이는 검찰 내부 분위기

지난달 30일 관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정승면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이 대검 감찰본부의 감찰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천지청은 물론 대구지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감찰 여부는 본인과 대검 외에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대검은 정 지청장에 대한 감찰이 사건 관계자와 부적절한 교류를 했다는 비위 발생 보고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 밝혔지만 다른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 지청장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이력 탓에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서다.

정권 초기면 거듭되는 '검찰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검사들은 "최근 검찰 인사에서 전 정권 혹은 전전 정권과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호소한다. 이런 불만들은 자연스럽게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이어진다. 대구지검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말하는 검찰 개혁은 소위 말해 '검찰 힘 빼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검찰 개혁이지, 권한을 축소하는 게 어떻게 개혁이냐. 이 정부는 기본적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하다"고 했다.

◆검사 개인의 자율성 높이고 조직 문화 바꿔야

반면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는 검찰의 폐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와 상관없이 검찰이 숨겨왔던 고질적인 폐해가 터졌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젠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자성론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 출신 지역의 한 변호사는 "검찰 조직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겪는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술을 많이 마시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는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서 검사의 행동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반성할 수 있도록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서 검사를 두고 '정치하려고 저러나'라는 비아냥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혁 변호사는 "서 검사가 지난 8년 동안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한 것은 아무리 검사 신분이라도 해도 검찰이란 공고한 조직 안에서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법조계 내부의 자정 활동과 피해자 구제책 등 구조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느리지만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대구지검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검찰 조직 자체가 여성의 비율도 낮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서 검사(사법연수원 33기)와 기수가 비슷한 30기 이상 여성 검사들이 각 지검 부장급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조직 문화도 서서히 변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객관적인 인사 절차를 마련하고 검사 개인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법원 인사는 내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뤄져 당사자도 다음 부임지가 어딘지 쉽게 판단할 수 있고, 윗선의 개입 여지가 적지만 검찰 인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양종모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정권 교체 때마다 외풍에 시달린다"며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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