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복개로 멀어진 생활하천, 깨끗한 친수공간으로 되살린다
포항에서 발원한 금호강은 영천과 경산을 지나 대구를 관통해 낙동강에 합류한다. 그런데 대구시내에서 다수의 지천과 만난다.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대구시민들에게 친숙한 신천을 비롯해 동화천, 팔거천, 달서천, 남천, 율하천, 불로천, 이언천 등이다.
이들 금호강 지천의 공통점은 대구시민의 생활하천이라는 것이다. 그러한데 정확히 말하면 그런 지천도 있고, 그랬던 지천도 있다. 본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지만 근대 및 산업화시대를 지나면서 사람들이 떠나거나 덮이는(복개) 등의 이유로 멀어진 지천이 적잖다. 비슷한 시기 못과 저수지들도 함께 사라져 대구시내 친수공간은 더욱 줄었다.
이제 시대가 다시 친수공간을 원하면서 금호강은 물론 그 지천도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도심 하천 복원으로 도시를 다시 디자인하다
덴마크 오르후스 시가지 중심을 지나는 오르후스강은 우리나라 도심 하천과 닮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인구와 차량이 증가하자 강 위를 덮어 도로를 만든 '복개'의 역사다. 이어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하천을 되살린 서울 청계천처럼 복원된 것까지 비슷하다. 여기서 오르후스시는 복원한 오르후스강에 도시의 미래도 걸었다.
오르후스시는 1930년대에 도심 한복판 오르후스강 700여m 구간을 지하수로로 만들고 그 위에 도로를 개설했다. 19세기 전후 연결된 항구와 철도 덕분에 덴마크 제2의 도시로 급부상하면서 도로 수요도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후 오르후스강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1970년대에 오르후스시가 청정도시 비전 '숲으로 둘러싸인 오르후스'를 내세우면서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오르후스시는 1992년 '오르후스강 리오픈(복원) 지방 계획'을 채택한다. 이어 1994~98년 375m 구간을 복원하는 오르후스강 복구 프로젝트 1기를 진행했다. 1기 작업의 성과를 면밀히 따져본 오르후스시는 나머지 구간을 복원하는 오르후스강 복구 프로젝트 2기도 2010년 완료했다.
원래 모습을 되찾은 오르후스강 주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과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이 들어섰다. 아울러 오르후스시는 미래 청정도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교통정책까지 반영했다. 오르후스강이 관통하는 시내 번화가를 중심으로 도시 전체 교통 흐름을 바꾸는 시도였다. 복원한 오르후스강 주변을 포함한 시가지는 보행자와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했고, 자동차도로는 외곽으로 빼낸 것.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돼 번화가 상인들이 반발하지는 않았을까? 현실은 정반대였다. 원래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 친수공간까지 생긴 덕분에 방문자 수가 늘어난 데다, 좀 더 오래 머무르는 분위기도 형성돼서다. 무엇보다도 도시가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대다수 시민은 시내 한복판에 좀 더 나은 휴식공간이 들어서길 원했다. 이에 오르후스시는 오르후스강 남'북쪽 지형이 다른 점을 고려해 여러 개의 보행용 다리, 물가로 갈수록 낮아지는 광장형 계단, 산책로, 경관 조명 등 도시 디자인을 가미했다. 다양한 성과를 거둔 오르후스강 복구 프로젝트는 1998년 유럽 도시지역계획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발시대 잔재 복개천, 복원 기대효과는?
대구에도 복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복개천이 있다. 1980년에 상당 부분 덮였고 현재 서구 비산동 일대 2.2㎞ 구간만이 드러나 있는 달서천이다. 대구시가 2012년 발표한 '대구 원도심 역사문화경관 구축 종합계획'에는 달성토성 복원과 함께 토성 동편에 흐르던 달서천도 드러내는 구상이 담겨 있다. 달성토성 동편의 자연 해자(垓字'성곽을 감싼 도랑으로 방어 등의 기능을 했다) 역할을 했기 때문에 토성 복원 시 마땅히 같이 되살려야 한다는 것. 신천이 대구 동편에 치우쳐 있는 만큼 달서천은 대구 서편에 마련할 수 있는 친수공간 후보로도 거론된다. 하지만 수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 복원비용이 걸림돌이다.
달서천 복원을 주장하는 권영시 비슬산연구소장은 "달서천은 신천처럼 대구 도심을 관통한다. 녹지와 친수공간 등 좀 더 나은 생활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복원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은 큰 비용이 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구가 친환경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호강 지천 중 신천 다음으로 긴 달서천은 앞산으로 알려진 성불산의 지맥인 수도산, 연귀산, 아미산, 계산, 달성산, 비산을 거쳐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이를 따라 식물 등의 생태 흔적, 우리 조상들의 생활 흔적, 크게는 대구의 역사적 흔적이 두루 남아 있다"며 "이는 대구 도심에 복원할 만한 생태'문화'역사 요소가 아직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금호강 곳곳 지천, 주민 곁으로 복귀 중
신천 말고도 대구 곳곳 금호강 지천이 주민들의 생활 속 하천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금호강 남쪽에 비해 관심이 덜했던 북쪽 팔거천과 동화천이 대표적이다.
대구 북구 강북(칠곡) 지역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팔거천은 최근 하천을 따라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놓이면서 주민 친수공간으로도 발돋움하고 있다. 대구 북구청은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을 실시하면서 하천 정비, 생태하천 만들기, 주민 휴식공간 조성도 꾀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옆 바라만 보던 하천에서 직접 닿을 수 있는 하천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최근 팔거천 및 가까운 거리의 운암지 일대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수달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수달이 서식할 정도로 잘 보존돼 있는 팔거천 생태환경을 주민 친수공간과 어떻게 공존시킬지에 대한 모색도 이뤄지고 있다.
동화천은 북구 연경지구와 동구 이시아폴리스 등 신흥 주택지를 껴 유지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하천으로 일단 주목받는 모양새다. 그러나 숨은 역사문화적 가치도 크다.
이헌태 대구 북구의원은 "동화천 일대 동서변동 무태지역은 대구에서 가장 먼저 농사를 짓고 살기 시작한 정착지이다. 기원전 5천 년경 신석기 대표 유적이 있다. 또 대구와 인연이 깊은 고려 태조 왕건 관련 신숭겸 장군 유적지, 살내전투지 등도 있다. 지금은 사라진 대구 최초의 서원인 연경서원도 동화천변에 있었다. 서계서원과 송계당을 비롯한 누정'재실'비각들도 산재해 있다. 대구지역 유일한 왕자태실인 광해군 태실도 있다. 대구 최고령 노거수인 연경동 수령 1천 년 느티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들 명소를 아우르는 6.91㎞ 거리(1시간 45분 소요)의 동화천역사탐방로가 명성을 쌓아나가고 있다.
금호강 지천의 대표격인 신천도 올해 업그레이드에 박차가 가해진다. 대구시는 2월 1일 자로 신천개발을 주 업무로 하는 수변공간개발추진단을 신설한다. 시에 따르면 그간 여러 부서에서 나눠 추진된 신천개발을 전담할 부서인 셈이다. 추진단은 신천은 물론 신천에서 물길이 연결되는 금호강의 친수공간 개발, 특히 금호강 나들이 명소로 부상한 하중도 친수공간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금호강 지천 친수공간 조성은 다른 하천 개발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수질 유지가 선제 조건이다. 다행히 금호강 본류만큼 지천 수질도 계속 개선되고 있다.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의 지난 1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제1아양교와 팔거천의 수질등급은 '보통'에서 '약간 좋음'으로 한 단계 개선됐고, 불로천'동화천'신천(수성구 파동 구간)도 '좋음'을 나타냈다. 연구원 관계자는 "대구 각 구'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하천정비'생태하천조성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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