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요양병원 5곳 스프링클러 없어

입력 2018-01-31 00:05:01

市 관리 요양병원도 설치 안돼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로 노인요양병원의 열악한 소방시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주지역 노인병원 등에서도 화재에 무방비인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30일 경주소방서 등에 따르면 경주지역 요양병원 15곳 가운데, 폐업과 휴업을 한 2곳을 제외하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을 비롯, 경주참사랑요양병원, 경주동산요양병원 등 5곳으로 밝혀졌다. 이들 병원들은 대형화재시 초기진압에 가장 중요한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주시가 관리하는 경주시립노인요양병원은 경북도내 시도립병원 11곳 중 유일하게 스프링클러가 미설치 된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 설치는 지난 2015년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6월 말까지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경주시는 아직 예산 확보는 물론 구체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소방서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확실한 소화설비이다. 노인병원의 경우 밀양과 마찬가지로 불이 날 경우 직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 200여 명을 한꺼번에 구조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고 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30일 이곳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는 "일반 요양병원은 시설이 돼 있지 않은 곳이 많이 있지만 경주시에서 관리하는 시립병원이라고 해서 믿고 맡겼는데, 소방시설이 이렇게 열악한 줄 몰랐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주시는 예산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는 "6월 말까지 갖추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산이 없다. 추경에 예산을 확보해서 설치하면 된다. 법이 그러면 그때까지 설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도 전혀 확보되지 않았는데다, 설계와 시공사 공모, 공사로 이어지기까지 최소한 수개월에서 자칫 1년 이상 소요될 수도 있어 경주시립병원 노인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소방관계자는 "설치와 미설치는 초기진화의 큰 관건이며, 생사의 갈림길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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