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실명제 첫날, 은행은 한산 거래가는 약세

입력 2018-01-31 00:05:01

가상계좌 수 100만개 농협 대기석 절반도 차지 않아…비트코인 전일보다 4.02%↓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된 30일 오후 대구 기업은행 한 지점 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가상화폐 투자 목적 계좌 신규 개설 불허와 기존 투자자들은 시행에 앞서 미리 계좌를 만들어 둔 탓에 예상됐던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된 30일 오후 대구 기업은행 한 지점 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가상화폐 투자 목적 계좌 신규 개설 불허와 기존 투자자들은 시행에 앞서 미리 계좌를 만들어 둔 탓에 예상됐던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 첫날인 30일, 은행 창구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날부터 농협, 기업 등 6개 은행은 실명제를 시행했다. 우려한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가상화폐 거래가가 하락하고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는 거래 중단 가능성을 예고하는 등 타격이 현실화됐다.

◆은행 창구 표정

30일 오후 대구의 한 농협은행 지점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농협은 국내 최대 규모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거래 중으로 실명제 전환 대상이 되는 가상계좌 수만 100만여 개에 달한다. 이날 해당 은행 창구 앞 대기석은 절반도 차지 않았고 번호표를 뽑은 방문자 대부분도 10분이 채 되지 않아 업무를 보고 돌아갔다. 해당 은행 창구 직원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다. 은행 방문자 수는 체감상 평소의 10~20% 늘어난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한 지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은행 측은 지난주부터 기존 투자자들이 미리 실명계좌로 전환했고, 은행들이 '가상통화 거래소 이용'을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농협은행의 또 다른 창구도 신규 통장 발급이 이전보다 까다롭게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통장 발급을 위해 창구를 찾은 사람들은 3개월 이상의 공과금 납부 영수증을 증빙하고, 가상화폐 거래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야 했다.

농협은행 한 지점 관계자는 "공과금 자동이체 목적이라며 오늘 10여 명이 새 통장을 발급했다. 추후 가상화폐 거래가 적발되면 거래정지 될 수 있다는 구두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금융거래 목적(소득증빙) 확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학생이나 주부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오늘 주부 고객 한 분이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개설을 하러 왔는데 별도의 소득이 없어 '급여통장 등 다른 금융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돌려보냈다. 지난주부터 전화로 가상화폐 계좌 개설을 문의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업계는 타격

이날 은행권의 가상화폐 실명제 시행으로 가상화폐 업계에는 타격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첫날 가상화폐 시장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4시 11분 현재 1천239만원에 거래됐다. 전일 대비 4.02% 떨어진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오후 3시 30분쯤 1천300만원 선 아래로 떨어졌으며, 1천250만원 선도 깨진 상태다.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에선 거래 중단을 선언하는 곳도 나왔다. 코인피아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원화와 암호화폐 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 계속 유지될 경우 다음 달 6일 0시부로 모든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이날부터 시작했으나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일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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