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과 인간

입력 2018-01-31 00:05:01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보면 인류사회는 항상 두 가지 분류의 집단으로 나뉘어 존재해 왔다. 하나는 사람의 집단이요,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의 집단이다. '사람(Homo sapiens)이란 분류학적으로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는 두 발로 서서 걸어다니는 영장류 동물-고릴라속, 침팬지속, 사람속-중의 1종(種)을 이르는 말이다. 즉 동물의 일종으로 그 명칭을 사람이라고 붙인 것으로,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람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두 발로 걸어다니는 동물일 뿐이다.

인간(Human being)이란 사람이 독립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상호 의존하며 '공존의 원리'에 근거하여 생존하는 존재를 말한다. 의철학자(醫哲學者'의학의 철학)인 '오모다카 히사유키'는 인간은 "①물질이고 ②생물이며 ③심신결합체다 ④독립적 존재(개성적 존재)이고 ⑤사회적 존재이며 ⑥자각적 존재다"라고 정의하였다. 이와 같이 사람과 인간은 그 근본이 다르다.

2000년에 개봉된 미국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는 이와 같은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택배회사 '페덱스'의 직원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분)는 출장 중의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 인간이었던 그는 무인도에서 유일한 사람이 되어 동물로서의 생존을 하게 된다. 가장 힘든 고통은 생존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우연히 파도에 떠내려 온 '윌슨'사의 축구공에 그는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사람과 대화하듯이 늘 혼잣말을 주고받는다. 큰 뗏목을 만들어 윌슨과 함께 무인도를 탈출하던 중 거센 파도에 윌슨이 떠내려가자 그는 미친 듯이 윌슨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한다. 그에게서 윌슨은 한낱 축구공이 아닌 인간이 지닌 선천적 고독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였던 것이다. 그의 탈출 행위는 목숨을 건 무모한 도전으로 사람이 인간이기를 원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사람은 그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인간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공존'의 가치요, 삶에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이다. 의철학자 오모다카 히사유키가 말한 인간의 정의 중 ④독립적 존재(개성적 존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⑤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원시문명이 지배하는 '파푸아뉴기니'에는 '완톡'이라는 부족 공동체가 있다. 이 공동체를 다스리는 지도자는 '빅맨'이라고 불리며, 그의 역할은 부족 공동의식과 공동분배원칙을 지키며 부족공동체가 잘 굴러가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빅맨은 부족원들에 의해 쫓겨난다.

'예케 몽골 울루스'(큰 몽골 나라)의 지배자 '칭기즈칸'은 동유럽에서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역사적 인물이다. 칭기즈칸이 이토록 거대한 제국을 다스림에는 점령지역의 국민들을 노예로 부리지 않았으며, 각 나라의 종교를 인정해 준 관용의 정신이 바탕이 된 통치이념(공존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람됨을 잘 드러낸 말이 있다. "우리는 똑같이 희생하고 똑같이 부를 나누어 갖소. 나는 사치를 싫어하고 절제를 존중하오. 나의 소명이 중요했기에 나에게 주어진 의무도 무거웠소, 나와 나의 부하들은 늘 원칙에서 일치를 보며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굳게 결합되어 있소. 내가 사라진 뒤에도 세상에는 위대한 이름이 남게 될 것이오." 대립과 반목이 횡행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는 너와 나로 구분되는 약육강식 원리에 의한 사람의 개념을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공존 원칙'에 입각한 리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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