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경북대 문제

입력 2018-01-31 00:05:01 수정 2018-05-26 22:38:19

얼마 전 집 부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우연히 청년들의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경북대 상위권 학과를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바보야, 무슨 소리 하노! 무조건 서울로 가야지."

대학 진학을 두고 친구와 상담하는 수험생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마도 성적은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에 갈 만한 수준인 것 같았다. 세세한 내용까지 다 들을 수는 없었지만, 수험생은 부모님의 경제적 사정을 걱정하는 듯했다. 요즘 서울 유학 비용은 웬만한 중산층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지역경제는 최악 중의 최악이 아닌가.

이 수험생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착잡한 마음은 오래갔다. 필자가 경북대 출신이고, 많은 동기와 선후배들이 이 수험생과 비슷한 고민을 '그 시절'에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는 "그래, 한 번 해보자!"며 과감히 경북대를 선택했었다. 지금도 그럴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경북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봤다. 세간의 평가와는 딴판이었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 대학평가 '특허분야' 세계 76위(국내 10위) ▷라이덴랭킹(4년간 국제저명학술논문평가) 국내 8위 (국립대 1위, 아시아 67위, 세계 386위) ▷상해교통대학 고등교육원 '세계대학 학술순위' 국내 9위(국립대 1위, 세계 401~500위권) ▷세계대학랭킹센터(CWUR) 국내 8위(국립대 1위, 세계 320위) ▷US뉴스앤월드리포트 '베스트 글로벌 대학평가' 국내 10위(아시아 94위, 세계 555위) ▷세계 대학 취업능력 랭킹 국내 6위(국립대 1위, 세계 301~500위권). 모두 지난해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경북대의 현 주소이다.

쉽게 말해 경북대는 전 세계 2만7천 개 이상의 공인 학위과정 고등교육기관 중 상위 1.2%에 속하고, 취업과 관련된 각종 지표를 종합해 볼 때 국내 6위권에 해당하는 대학이다.

그럼, 대체 경북대의 문제는 뭘까? 실제보다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경북대가 '있는' 대구경북 지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서울 중심주의가 경북대 위상 하락의 한 요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핑계가 될 순 없다. 지금 경북대는 총장 선거 문제로 수년째 갈등만 빚어 온 '무책임한 대학'이란 이미지로 지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과연 경북대는 제 능력과 수준에 어울리는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날이 오면 대구경북 서민들의 얼굴에도 주름이 펴진다는 사실이다. 이제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운명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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