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참사 키운 건물 불법 증개축…대구에도 600곳, 위험 안고 산다

입력 2018-01-30 00:05:00

긴급 점검 '법 위에 선 건물주'…이행강제금 내고 '배짱 영업', 월세만 받아도 남는 장사

대구 중구 동성로에 있는 한 대형 상가건물은 무단 증축으로 지난 2012년부터 매년 8천8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은 돈만 낼 뿐 구청의 원상회복 명령은 고스란히 무시하고 있다. 증축한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가 이행강제금을 내고도 남기 때문이다. 중심상업지구인 동성로에는 이처럼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는 빌딩만 7곳이나 된다. 중구청 관계자는 "어떤 건물인지는 개인정보라 정확하게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원인으로 불법 증축이 지목되는 가운데 대구시내에 불법 증'개축으로 이행강제금을 물고 있는 건물이 600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매년 1천만원 이상 이행강제금을 물면서도 영업을 지속하는 건축물이 10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건축물이 만연하고 있지만 법적 제재는 허술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대구시와 8개 구'군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불법 증'개축으로 매년 1천만원 이상 이행강제금을 낸 건물은 112곳에 달했다. 달서구가 53곳으로 가장 많았고 동구 18곳, 수성구 17곳 등이었다. 이행강제금 규모가 가장 큰 건축물은 지난 2016년과 지난해 잇따라 들어선 달서구 월성1동의 무허가 견본주택 3곳이다. 이들 건물은 매년 2억3천만~2억8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고 있다.

유형별로는 세종병원처럼 무단 증축한 사례가 56곳(중복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무단 용도변경 20곳, 신축 6곳 등이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고액의 이행강제금을 내면서도 그대로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등 법망 자체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터에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수성구 삼덕동의 한 예식업체는 지난해 1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지만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업주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건물을 압류해도 영업은 가능하다"면서 "일부 고액 체납자 가운데는 수차례 이행강제금이 부과돼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버티면 버틸수록 이행강제금이 줄어드는 편법도 불법 증'개축을 부추기고 있다.

이행강제금은 건물이 노후하거나 공시지가가 내리면 함께 줄어든다. 실제로 달서구의 다가구주택은 지난 2014년 가구 수를 늘리는 '쪼개기 시공'으로 1천4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지만, 공시지가가 내리면서 5년 만에 이행강제금이 1천100만원으로 줄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불법 건축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시스템 자체가 없고, 관행적으로 이행강제금만 부과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불법 건축물은 각 구청 건축과의 지도단속팀과 허가신고팀이 따로 관리한다. 또 도로와 맞물린 건축물은 도로과가, 공원이나 개발제한구역 내 건물은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는 등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김철규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저가형 내장재를 사용하는 등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 건축물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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