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항에서는 최대 8㎝, 연못에서는 최대 15㎝, 강물에 방류하면 최대 120㎝까지 자라는 '코이'라는 비단잉어가 있다. 결국 '코이'는 환경에 따라 피라미가 될 수도 있고, 대어가 되기도 한다. '코이'를 보면 고려시대 노비인 '만적'의 말이 생각난다.
"왕후장상이 어찌 원래부터 씨가 있겠는가, 때가 오면 누구든지 다 할 수 있다."
이 말은 원래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진승'이 한 말이다. 만적이 비록 노비였지만 중국 사서를 섭렵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적이 신분제에 불만을 품고 능력 사회를 갈구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프레임에 갇혔다'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생각의 틀' 또는 '사고의 범주'라고 정의되는 프레임은 우리를 낡은 질서와 고정관념에 얽매이게 하거나 편견이나 오류 등에 빠지게 한다.
프레임은 때로는 잘못된 유산과 역사의 이름으로 계승된다. 조선 후기 우암 송시열의 '사문난적'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송시열은 "주자 이후로 하나의 이치도 드러나지 않음이 없다"며 여기에 반하는 학설을 모두 사문난적으로 몰았다. 이에 반발한 윤휴는 "어찌 천하의 이치를 주자만 알고 나는 모르겠는가?"라고 하며 그 시대의 프레임을 깨고자 했으나 결국 사문난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윤휴의 죽음으로 주자에 대한 교조주의가 득세하게 되어 그 후 조선은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너를 죽여야만 하는 사회'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프레임의 유산은 조선 말 세도정치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로 흘러 내려왔다.
국어사전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를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남에게 미움을 받는다'로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과연 윤휴는 '모난 돌'이었다.
젊은 시절 송시열은 윤휴와 사흘간 토론한 후 "30년간 나의 독서가 참으로 가소롭다"고 했을 정도로 윤휴를 극찬하였지만 결국 그를 죽였다.
니체는 "젊은이를 추락시키는 확실한 방법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대신,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이를 존경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못난 사회적 유전자는 다음 세대를 프레임에 갇히게 할 수도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두 번이나 강조한 말이 있다.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들이 귀한 몸이 된다."
영혼 없이 순종하는 '팔로어'보다 혁신의 '모난 돌'을 팔로잉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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