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화재 참사]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흐느끼다 실신

입력 2018-01-28 20:02:57

"아픔 너무 잘 안다" 제천 참사 유족 조문

"아직 마지막 인사도 못 드렸는데…. 하루 아침에 그을린 채 돌아온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픕니다."

27일 경남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눈물바다가 됐다. 줄지어 놓인 영정 사진 아래에는 국화만 소복이 쌓였다.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좋은 것도 못 먹고 고생만 했는데…" 라고 흐느끼던 한 유가족은 결국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급차가 떠난 자리에는 무거운 적막만 내려앉았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빠르게 대피하기 어려웠던 고령자여서 유가족들의 아픔은 더했다. 어머니 이두순(83) 씨를 잃은 딸 박순애(61) 씨는 "어머니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평소 허리에 욕창도 있어 거동이 불편했다. 빠르게 피신할 수만 있었어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었다. 어렵게 고인을 찾았다는 남편 박종현(86) 씨도 황망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평소 병원에 살다시피하며 아내를 극진히 돌보던 박 씨는 "사고 당일 4시간이나 아내를 찾다가 아내의 다리에 손수 붙여줬던 파스를 보고서야 아내를 끌어안았다"고 했다.

퇴원을 하루 앞둔 외할머니를 보낸 손자 김광영(36) 씨는 넋 나간 표정으로 영정 사진만 바라봤다. 건강했던 할머니는 목에 생긴 작은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차 입원했다. 참사 당일은 바로 퇴원 예정일이었다. 김 씨는 "어릴 적 외할머니 품에서 얽힌 추억도 많고 나를 정말 예뻐해 주셨다"며 "지난주 밀양에 와서 할머니를 뵈려다가 주무신다는 말에 그냥 돌아갔는데 이렇게 황망히 가실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분향소 측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두 번이나 슬픔을 삼켜야 했던 유가족도 있었다. 조문이 시작된 지 1시간 40분이 지났지만 고인 김점자(51) 씨의 사진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이다. 분향소를 찾은 동생 김모(46) 씨는 "이렇게 허망하게 죽은 것도 억울한데, 미리 사진까지 받아가 놓고 안 놔두는 것은 무슨 짓이냐"면서 "차라리 우리보고 챙겨오라 하든지…. 가슴 아파 죽겠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지면서 일부 격한 반응을 보이는 유족들도 있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도착하자 터지는 카메라 셔터에 화가 난 유가족이 마시던 커피를 취재진의 머리로 집어던지기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문을 왔을 때는 "소방법에 반대한 당 대표가 여길 왜 오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28일에는 지난달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밀양을 찾기도 했다. 류건덕(60) 제천유가족대책위 대표는 "아직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합동분향소에 모여있는 상황인데, 밀양에서 또 화재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나 너무나 충격이 크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들은 합동분향소에 헌화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우리가 그 아픔을 너무나 잘 안다. 너무나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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