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밀양, 대형 참사 불안…한겨울 '화재 포비아' 확산

입력 2018-01-28 20:09:00

연기만 조금 나도 "불이야" 오인 신고 16.7% 늘었지만, 당국 "언제든 신고해달라"

포항 남구 동해면 한 저층 아파트 2층에서 불이 나 9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부상을 당했다.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포항 남구 동해면 한 저층 아파트 2층에서 불이 나 9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부상을 당했다.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올겨울 제천'밀양 등 연이은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속출하면서 시민들 의식에 '화재 포비아(공포)'가 커지고 있다. 조그만 위험에도 '119'를 찾고, 실제 불이 나면 더 다급하게 반응하는 등 두려움에 떠는 시민이 늘었다.

28일 오전 9시 12분쯤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홈플러스 상인점 옥상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 직원 및 입점 상인들의 피해를 우려한 달서소방서 소방대원 34명, 소방차 14대가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발화점을 탐색했으나 불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홈플러스 상인점에서 정전 시 가동하는 건물 내 비상발전기를 시험가동하느라 연기가 많이 나는 것을 보고 주민이 이를 화재로 오인해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오전 2시 30분쯤 중구 곽병원에서는 한밤중 비상벨이 울려 환자 수십 명이 비상계단이나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연기와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직원들이 자체 확인한 결과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부터 입원 중이던 환자 김모(30) 씨는 "새벽에 갑자기 비상벨이 울려 대피하라는 안내를 받고 1시간가량 비상계단에 숨어 있었다. 다행히 실제 화재가 아니어서 인명사고가 없던 점이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실제로 불이 나면서 크게 놀란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같은 날 오전 4시 16분쯤 포항 남구 동해면 5층 아파트 2층에서 불이 나 주민 9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되고, 10여 명이 대피했다. 불은 2층 한 가구 내부 59㎡와 가재도구 등을 태우고 그을음 피해를 입히는 등 3천8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30여 분 만에 꺼졌다. 소방당국은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오인 신고도 덩달아 늘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소방에 들어온 오인신고는 462건에 이른다. 2016~2017년 같은 기간 396건보다 16.7% 늘었다. 신고 이유는 연기 247건, 타는 냄새 74건, 방화 기도 1건, 경보기 오동작 24건, 기타 116건 등이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오인신고가 소방력 낭비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지만, 참사를 미연에 막을 수 있으므로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며 "화재감지기는 매우 민감한 설비다 보니 종종 오작동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가는 비상시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화재 의심 때는 언제든 신속히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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